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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기업 운명 뒤흔들 '4대 메가 트렌드'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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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속도

리처드 돕스·제임스 매니카 조나단 워첼 지음 / 고영태 옮김 / 청림출판 / 348쪽│1만6000

원맥킨지의 미래 종합 보고서

경제중심지 신흥국으로 이동
혁명적 수준의 기술발전 속도, '와츠앱' 같은 성공사례 만들어

고령화 속도는 점점 빨라져, 전세계 연결성 갈수록 확대
"끊임없이 변하는 환경과 어떻게 타협할 건지 대비를"



[ 송태형 기자 ] 2014년 12월1일, 추수감사절이 끝나고 돌아오는 첫 번째 월요일인 ‘사이버 먼데이’에 미국 전체 온라인쇼핑 매출은 26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하루 매출로 사상 최고치였다. 하지만 이보다 몇 주일 전인 11월11일에 훨씬 더 의미 있는 ‘사건’이 있었다. 중국에서 광군제 또는 독신자의 날로 불리는 이날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매출은 93억달러를 넘었다.

2014년 2월19일, 페이스북은 5년 된 벤처기업 와츠앱을 190억달러를 주고 인수했다. 당시 와츠앱을 알고 있던 월가 투자자는 거의 없었다. 모바일 메신저 앱(응용프로그램) 와츠앱은 신흥시장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전 세계에서 4억5000만명이 사용하고 있었다.

2014년 9월24일, 인도 우주연구센터 과학자들은 총비용이 7400만달러밖에 들지 않은 우주탐사선 망갈리안의 화성 궤도 진입을 축하했다. 인도는 화성 궤도에 우주선을 올린 네 번째 국가이자, 첫 시도에서 궤도 진입에 성공한 최초의 국가가 됐다. 망갈리안은 인도 저비용 혁신 문화의 상징이 됐다.

글로벌 컨설팅그룹 맥킨지의 사내 싱크탱크이자 연구조직인 맥킨지글로벌연구소(MGI)가 2013~2014년 급변하는 세계 경제의 큰 흐름과 미래를 보여주는 것으로 주목한 ‘놀라운 사건’들이다. 오랫동안 유지돼온 가정과 장기적인 예측을 깼다는 점에서다. 중국이 독신자의 날에 세계 최대 소비를 달성한 것은 유통업체들이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구매력을 가진 소비자로 생각한 미국인을 세계 소비자의 씀씀이를 대표하는 지표로 간주했던 믿음을 무너뜨렸다.

이들 사건은 MGI 연구진인 리처드 돕스와 제임스 매니카, 조나단 워첼이 함께 쓴 《미래의 속도》에서 세계를 엄청난 속도로 변화시키는 파괴적 메가 트렌드로 내놓은 ‘네 가지 힘’의 일면이다.

저자들은 MGI가 25년간 세계 경제를 추적하며 거대한 변화의 흐름을 관찰하고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기존 기업의 운명에 영향을 미치고 새로운 기업에 기회를 제공하는” 네 가지 트렌드를 제시한다.

첫 번째 파괴적 메가 트렌드는 경제활동과 경제 역동성의 중심지가 중국, 인도와 같은 신흥국과 신흥국의 도시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0~2015년 세계총생산(GDP)의 절반이 신흥국 440개 도시에서 발생했다. 이들 도시 중 대만 신? 브라질 산타카타리나 등 95%는 서구 경영자들에겐 낯선 중소도시다.

두 번째는 기술의 경제적 영향력이 가속화되고 범위와 규모도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오늘날 기술은 생활 속 어디나 존재하고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 기술 혁명과 다르다. 기술 발전 덕분에 기업은 와츠앱처럼 소규모 자본으로 창업하고 놀라운 속도로 성장할 수 있게 됐다.

세 번째는 인구 고령화와 출산율 감소다. 2013년 세계 인구의 60%가량은 세대교체에 필요한 최소 출산율인 2.1명 이하 지역에서 살고 있다. 마지막 트렌드는 글로벌 연결성의 확대다. 교역과 자본, 사람, 정보의 이동을 통해 세계가 밀접하게 연결되고 있다. 기술이 만든 연결고리는 점점 더 빠르고 지속적으로 발전하면서 세계는 역동적인 새로운 세계화 단계로 진입했고 전례 없는 기회와 예상치 못한 변동성을 만들어냈다.

저자들은 이 네 가지 힘의 규모와 속도, 2차·3차 효과를 다양한 분석과 수치,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이어 네 가지 힘이 동시에 나타나거나 상호작용하면서 가져올 ‘낯선 신세계’를 소비, 자원, 자본, 노동, 경쟁 환경, 정책으로 구분해 상세하게 펼쳐낸다. 방대한 영역과 세부적인 주제를 오가며 다양한 변화의 시나리오를 소개하고 새로운 세계에서 성공하는 데 필요한 전술과 전략, 사고방식을 종합적으로 제시하는 미래 종합 보고서와 같은 책이다.

저자들이 ‘에필로그’에서 고백하듯이 이 책에서 설명한 변화는 너무 복잡하고 강력해서 간단하게 설명할 수 없다. 이들은 “오래된 확실성이 사라지고 기존 경제관계가 무너지는 시대는 기회도 많지만 위험도 가득하다”며 “문제는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파도에 올라타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새로운 시대에 밀려오는 파도에 올라타 흐름을 주도하기 위한 첫걸음은 세계가 움직이는 방법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의 상당 부분이 잘못됐다는 사실부터 깨닫는 것이다. 저자들은 경영자들과 정책결정권자들에게 “세계 경제를 변화하는 파괴적인 힘을 이해하고 현재 붕괴되는 오래 지속된 트렌드를 찾아야 한다”며 “끊임없이 변하는 환경과 어떻게 타협할 것인가에 관해 분명한 관점을 정립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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