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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조 PEF의 질주] (1) 투자·고용 늘리는 'PEF의 매직'…동양매직 몸값 2년 만에 두배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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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몰라보게 달라진 PEF

단물 빼먹고 튀는 건 옛말
인수기업에 과감하게 투자…수익률·점유율 동시에 높여

길게 보고 기업가치 제고
버거킹 인수한 VIG파트너스, 4년간 배당 안받고 점포 늘려



[ 좌동욱 / 오상헌 / 이동훈 기자 ] 2014년 7월 신생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글랜우드투자자문과 NH투자증권 컨소시엄이 동양매직을 손에 넣었을 때 경쟁업체들은 쾌재를 불렀다. 구조조정이 시작되면 동양매직이 차지하고 있는 주방가전 시장점유율을 빼앗아올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서였다.

예상은 빗나갔다. 동양매직의 올해 예상 매출은 4600억원으로 인수 직전 해인 2013년(3219억원)보다 43%, 영업이익은 79%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 들PEF 컨소시엄은 이 같은 실적 호전을 앞세워 지난 11일 동양매직을 SK네트웍스에 6100억원에 매각했다. 투자 2년3개월여 만에 3300억원의 매각 차익을 거둔 것이다.


‘선택과 집중’ 통해 경쟁력 강화

글랜우드-NH투자증권 컨소시엄은 동양매직의 몸값을 어떻게 두 배로 불렸을까. 이상호 글랜우드 대표는 “당시 비주력이던 렌털사업을 과감하게 키운 전략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주력 사업이지만 성장성이 크지 않은 주방 가전 대신 사업 전망이 밝은 렌털부문에 마케팅 자금과 우수 인력을 집중 투입한 것. 최고경영자(CEO)에도 렌털사업 본부장 출신인 강경수 씨를 선임했다. 동양매직의 렌털사업 매출은 2013년 863억원에서 올해 1812억원(예상)으로 3년 만에 두 배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상당수 PEF 운용사는 이처럼 ‘선택과 집중’을 통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전략을 쓴다. MBK파트너스가 2013년 코웨이를 인수할 때도 그랬다. 청소기 제조·판매 등 비핵심 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정수기, 공기청정기, 렌털 등 기존 핵심 사업에 집중해 수익성을 높였다.

한앤컴퍼니는 시멘트 기업을 집중적으로 인수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2012년 대한시멘트를 시작으로 한남시멘트, 대한슬래그에 이어 작년 12월 업계 1위인 쌍용양회까지 손에 넣었다. 같은 슬래그 시멘트인 한남시멘트 대한시멘트 대한슬래그를 통합 경영하면서 상당한 시너지도 거두고 있다.

투자와 고용도 증가

대다수 PEF 운용사는 인수한 기업의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투자를 늘린다. 인수한 기업의 단물만 빼먹고 내던지는 ‘먹튀형 PEF’ 시대는 지났다고 업계는 설명했다. 투자를 주저하고 비용을 줄이고 통제하는 데만 골몰한다는 지적도 옛날 얘기라는 전언이다.

한국경제신문이 국내 10대 PEF 운용사가 경영권을 인수하거나 지분 투자한 142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도 이렇게 나왔다. 이 중 PEF가 지분 매각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한 82개 기업은 평균 투자기간 3년5개월 동안 택袖?31.4% 늘었다.

2014년 9월 이전에 투자한 뒤 지금도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60개 기업의 투자 직전 연도 대비 작년 말 매출(평균 투자기간 3년9개월)은 20.1% 증가했다. PEF가 투자기업의 DNA를 바꾸는 데 2년가량 걸린다는 점에서 ‘투자 중 기업’의 기준을 ‘인수한 지 2년 이상 된 기업’으로 설정했다.

같은 기준으로 투자완료 기업과 투자 중 기업의 영업이익은 각각 54.7%와 7.1% 늘었다. 홍종성 딜로이트안진 재무자문본부장은 “저성장 시대에 투자를 확대하지 않고선 3~4년 만에 매출을 30% 늘리기 어렵다”며 “PEF의 과감한 투자가 매출과 이익 증가를 부른 것”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사례는 수두룩하다. VIG파트너스(옛 보고펀드)는 2012년 1000억원에 버거킹코리아를 인수한 뒤 4년 동안 한 차례도 배당을 받지 않았다. 신규 점포를 내고 신제품 마케팅에 쓰기 위해서였다.

인수 직전 131개였던 매장 수는 작년 말 236개로 늘었고, 매출은 2030억원에서 2785억원으로 뛰었다. 그 덕분에 VIG는 올초 2100억원을 받고 버거킹을 홍콩계 사모펀드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AEP)에 팔았다.

투자기업의 고용을 늘린 PEF도 많다. 2006년 MBK파트너스가 인수한 뒤 지난 7월 재매각에 성공한 HK저축은행이 대표적인 예다. 인수 당시 245명이었던 임직원 수는 올 9월 말 현재 568명으로 2.4배 불었다.

이명섭 전 HK저축은행 대표는 “2011년 저축은행 부실 사태 당시 국내 10대 저축은행 중 HK만 유일하게 영업 정지를 면했다”며 “PEF의 투명한 경영이 고용을 지켜준 것”이라고 말했다. 2013년 324명이던 동양매직 직원 수도 글랜우드에 인수된 지 2년 만에 656명으로 두 배가량 늘었다.

■ 사모펀드(PEF)

private equity fund. 49명 이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한 뒤 기업 경영권을 인수하거나 지분에 투자해 기업가치를 높인 뒤 매각하는 합자회사 형태의 펀드. 기업 구조조정 촉진과 투자 수단 다양화를 위해 2004년 12월 도입됐다.

좌동욱/오상헌/이동훈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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