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들의 올해 이익규모가 역대 최대가 될 것이란 반가운 소식이다. 혹독한 구조조정과 비상한 위기경영을 통해 끈질긴 비관, 확산되는 절망을 희망으로 반전시킨 한 방이다. 그동안 낙관적인 뉴스들이 간간이 전해지긴 했지만, 우울한 전망이 한국 경제를 압도한 게 사실이다. 조선·해운사태 등 악재가 꼬리를 물었기 때문이다.
‘아직 죽지 않았다’는 기업의 외침은 서너 달 전부터 감지됐다. 12월 결산 상장사들은 이미 지난 8월 14.4% 급증한 상반기 영업이익을 공시했다. 당시 본란은 ‘한국 산업 죽지 않았다’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그 당시만 해도 ‘불황형 흑자에 너무 호들갑 떠는 것이 아닐까’라는 일말의 주저가 있었지만 기우였다. 한국투자증권이 200개 상장사의 올 순이익(지배기업 소유주 순이익 기준)을 추정한 결과, 역대 최대였던 2010년보다도 20% 정도 급증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5년간 횡보하던 기업 수익성의 상승 징후가 완연해졌다.
주목할 것은 ‘마른 수건을 더 짜는’ 식의 원가절감으로 얻은 불황형 흑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3년여 힘든 구조조정과 체질개선 노력의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일례로 구조조정에만 몰두해 온 포스코의 3분기 영업익은 4년 만에 1조원대를 회복했다. 부실 해외법인의 영업이익이 일제히 급등한 덕분이다.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도 글로벌 강자의 면모를 과시하며 ‘깜짝실적’을 내놨다. 에너지 화학 건설 등은 업종 전반에서 턴어라운드가 나타나고 있다. 한진해운에 크게 물린 대한항공이 사상 최대의 분기이익을 낸 데서 보듯 유가와 환율도 힘을 보탰다. 은행 보험 등 저금리에 시달리는 금융사들도 ‘어닝 서프라이즈’ 대열에 합류했다.
기업을 못 잡아먹어서 난리인 정치꾼과 프로 데모꾼들의 방해를 이겨낸 기업가들의 땀의 결과다. 하지만 절대 마음을 놓을 수 없다. 매출은 아직 작년 수준에도 못 미치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표기업들의 상황이 녹록지 않다. 구조개혁도 지지부진하다. 그러나 과도한 비관은 금물이다. 필요 이상으로 위축되기보다 멀리보는 자신감이 더 필요한 시점이다. 더 열심히 해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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