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연설문 개입' 대국민 사과
대통령 사과했지만…정국 '최순실 블랙홀'로
"최씨, 개인 소감·의견 전달 역할…청와대 보좌체제 완비 후 중단"
야당 "대통령이 수사 대상…청와대 비서진과 내각 총사퇴하라"
여당 "사과로 끝날 일 아니다"…김용태, 박 대통령 탈당 요구
[ 장진모/임현우/박종필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최순실 씨 도움을 받았다는 점을 인정하고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최순실 파문’을 둘러싼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박 대통령이 서둘러 공개 사과한 것은 자칫 현 정부의 신뢰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그동안 최씨 의혹과 관련해 “비선실세는 없다”고 주장해 왔지만 최씨의 국정 개입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번졌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견해 표명은 역설적으로 청와대가 부인해 온 비선을 인정한 셈이다. 당장 야당은 “최씨 신병을 확보해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며 총공세에 나섰고 새누리당 내에서도 특검론이 제기됐다.
◆朴대통령, 사과하며 눈시울 붉혀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43분께 침울한 표정으로 춘추관 기자회견장을 찾았다. 박 대통령은 가벼운 목례를 하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최근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제 입장을 진솔하게 말씀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1분40초간 476글자의 대국민 사과문을 읽어 내려갔다.
박 대통령은 최씨에 대해 “과거 제가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으로 지난 대선 때 주로 연설·홍보 분야에서 저의 선거운동이 국민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에 대해 개인적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해 주는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절친임을 인정한 것이다. 그러면서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도 같은 맥락에서 표현 등에서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고 관련 의혹을 시인했다. 이어 “취임 후에도 일정 기간 일부 자료에 대해 의견을 들은 적도 있으나 청와대 및 보좌체제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을 제외하고 특정 현안을 놓고 춘추관에 내려와 취재진과 대면한 것은 지난해 8월6일 노동개혁 필요성 등을 강조한 국민담화 발표 이후 1년2개월 만이다. 또 박 대통령이 측근 비리와 관련한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과문 발표 말미에는 눈시울이 붉어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파문이 확산됨에 따라 참모진 개편 등 후속 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野 “崔 신병 확보해 철저 수사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박 대통령은 그냥 개인적인 일에 대한 감성적·감상적인 유감 표명에 그쳤다”며 “참으로 유감”이라고 말했다. 김종인 전 대표는 “대통령의 이 사태에 대한 인식 수준이 정말 답답하고 황당하다”며 “국민의 신뢰를 잃은 지도자는 국민을 제대로 이끌 수 없다”고 비판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이 수사 대상”이라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변명으로 일관하고, 당신이 하려는 말씀만 하고, 국민이 알고 싶어하는 질문도 받지 않고 들어가셔서 감동을 못 느꼈다”고 혹평했다. 박 위원장은 “(최씨 도움을) 선거 때와 초창기에 받고 그 후에는 안 받았다는 것을 누가 믿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국기문란을 넘어선 국정 붕괴”라며 “우병우 민정수석을 포함해 청와대 참모진을 일괄 사퇴시키고 청와대도 수사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도대체 이게 나라냐. 대통령도 대상에 포함해 특검을 포함한 성역 없는 수사를 해야 한다”며 “청와대 비서진을 전면 교체하고 내각은 총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은 “공화국을 유린하고 민주주의를 능멸한 최순실 사태 수사를 위해 특검을 해서 관련자를 엄벌해야 한다”며 “박 대통령이 당적을 정리하기를 바란다”고 탈당을 요구했다. 유승민 의원은 “오늘 대통령의 사과 정도로 끝날 일이 아니라고 본다”며 특검과 국정조사를 주문했다.
장진모/임현우/박종필 기자 jang@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