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대만 부품업체 추격에 시장 점유율 꾸준히 하락
자율주행차로 눈 돌려
[ 도쿄=서정환 기자 ]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로 경쟁해온 일본 스마트폰 부품업체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대만 부품업체의 부상으로 ‘아이폰 효과’마저 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 8월 전자부품·디바이스 광공업 생산지수는 97.8로 7개월 연속 기준을 밑돌았다. 광공업 생산지수는 2010년을 기준(100)으로 이보다 생산이 늘었는지 줄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지난해 1월에는 애플 아이폰6 판매 효과에 힘입어 110.9까지 올랐다.
스마트폰용이 대부분인 일본 중소형 LCD(액정표시장치)와 메모리반도체 생산도 예전만 못했다. 과거 중소형 LCD 생산은 아이폰 신기종 판매를 앞두고 호황을 보였다. 하지만 아이폰7 출시를 앞둔 7월 중소형 LCD 생산지수는 155.5로 직전 아이폰6s 출시 때 지수의 60% 정도에 불과했다. 아이폰용 중소형 LCD를 생산하는 재팬디스플레이를 비롯해 적층세라믹콘덴서를 만드는 무라타제작소, TDK, 일본전산, 알프스전기 등 일본 주요 전자부품업체는 대부분 아이폰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애플이 발표한 지난해 거래처 상위 200곳에서 일본 주요 부품업체 2곳이 빠졌다. 일본 전자정보기술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부품시장에서 일본 전자부품업체 점유율은 38%로 2005년 44%에서 10년간 6%포인트 하락했다.
일본 주요 전자부품 6개사의 수주는 4분기 연속 감소했다. 무라타제작소, TDK, 교세라 등 6개 주요 전자부품업체의 3분기 수주는 1억3700억엔으로 전년 동기 대비 6%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판매 중단에 따른 피해도 예상하고 있다.
일본 전자부품업체들은 스마트폰용을 대신해 자율주행차 부품 등으로 공급망을 넓히고 있다. 이미지센서는 스마트폰뿐 아니라 자율주행차용 카메라에도 들어간다. 전자부품업체들이 스마트폰 대체 시장으로 자동차를 선택하면서 일본 산업의 자동차 의존도가 더욱 높아질 위험이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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