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과 폭로 사이…회고록의 정치학
참모들이 말하는 집필 과정
DJ, 40여회 구술 받아 검증…최종 출간까지 7년 걸려
[ 임현우 기자 ] 대통령의 회고록은 당사자의 구술(口述)뿐 아니라 당시 참모들의 검증과 토론을 더한 ‘집단지성’을 통해 완성된다고 집필 과정에 참여했던 참모들이 입을 모았다.
지난해 발간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 집필을 총괄한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2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명박 정부의 여러 정책과 관련한 일을 국민에게 소상히 설명하고, 이후 정책 결정 과정에 참조했으면 하는 기대에서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 회고록은 김 전 수석이 총괄책임을 맡은 2013년 10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매주 한 차례 정례회의를 거쳐 집필됐다. 외교·안보, 경제, 사회·문화 등으로 팀을 이뤄 당시 장관, 수석 등이 모였고 이 전 대통령도 모든 회의에 참석했다고 한다. 회의 참석자들은 기초자료를 보며 각자의 기억을 모두 꺼냈고, 어긋나는 부분은 서너 시간에 걸쳐 치열하게 논쟁하며 맞춰갔다. 김 전 수석은 “전직 대통령의 회고록은 언제나 파장이 있기 마련이라 정치적 언급이나 기밀 聆戮?거의 덜어냈다”고 설명했다.
퇴임 후 2년 만에 나온 이 전 대통령 회고록은 야권에서 ‘자화자찬’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김 전 수석은 “회고록이 참회록이 아닌 이상 자화자찬 요소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면서도 “집필 전부터 이 전 대통령과 참모들은 ‘자기성찰과 반성을 넣자’고 했고, 실제 책에는 미흡했던 점에 대한 언급도 많다”고 반박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김대중 자서전》 집필에 참여한 최경환 국민의당 의원은 “모든 통치 사료, 언론 보도, 관계자 진술 등의 자료를 확보한 뒤 김 전 대통령을 40회 이상 만나 구술을 받았고, 이후 본인의 기억과 사료를 대조해 치밀하게 검증했다”고 말했다.
2010년 나온 김 전 대통령 회고록은 기획부터 최종 출간까지 7년가량이 걸렸다. 김 전 대통령은 막바지 검토하던 중 서거했다. 최 의원은 “회고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에 기반하는 것”이라며 “공적인 역할을 한 사람은 후세에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게 김 전 대통령의 지론이었다”고 설명했다. 김 전 대통령은 생전에 알려지지 않은 아픈 가족사 등도 책에 담도록 주문했다고 한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