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진료소 '로제타홀센터'
국내 최초로 전담센터 문열어
다문화 가정 환자·가족 대상
12월 직업체험 프로그램 운영
[ 이지현 기자 ]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병원 진료를 받을 때 말이 통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일이 많다. 높은 진료비와 통역비가 따로 정해진 해외 환자와 달리 국내 거주 외국인은 마땅한 통역서비스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고려대의료원(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 김효명·사진)이 이들을 위한 진료소 문을 열었다. 다문화가족 등을 위한 진료센터인 로제타홀센터다. 국내 의료기관이 다문화 가족 진료를 위한 종합지원센터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로제타홀센터는 1928년 국내 첫 여자의학교육기관인 조선여자의학 강습소를 세운 로제타 셔우드 홀 여사의 이름을 땄다. 조선여자의학 강습소는 고대 의대의 모태로 알려져 있다. 고대의료원 산하 세 개 병원 가운데 경기 안산, 서울 구로병원은 외국인 노동자가 많이 사는 지역에 있다. 고대의료원이 열악한 환경에 놓인 외국인 여성에게 의술을 베푼 홀 여사의 정신을 잇기 위해 다문화가족 진료소를 세운 배경이다. 김효명 의료원장은 “고대의료원은 산업화 시대에 의료 소외지역이었던 구로공단, 반월공단에 병원을 차례로 세워 힘없고 소외된 계층에 다가가 인술을 나눴다”고 했다.
첫 진료는 지난 5일 고대안산병원에서 이뤄졌다. 센터 개설 전부터 병원 사회공헌실 담당자들은 다문화가족 밀집 거주지역의 주민센터 직원 등과 수차례 만나며 수요조사를 했다. 이주 외국인들은 “한글을 잘 읽지 못하고 의사와 소통하지 못해 병원을 못간다”고 했다. 이 때문에 다양한 언어로 진료등록권을 만들고 통역이 가능한 전용데스크도 갖췄다.
자녀 교육에 대한 고민도 풀어주기로 했다. 편성범 고대의료원 대외협력실장은 “아이들이 체험할 수 있는 환경이 제한돼 있어 자녀에게 가난이 되물림될까 봐 걱정을 많이 했다”며 “의사 간호사 등 전문직의 근무 환경을 보여달라는 요청에 오는 12월 직업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센터는 이주 외국인끼리 모임을 하고 대화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한다. 신청을 받아 병원 내 강의실 등을 빌려주기로 했다.
편 실장은 “병을 고치는 것뿐 아니라 사회참여를 늘려주는 것도 건강한 삶에 필요하다”며 “병원이 이들의 사랑방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센터는 앞으로 통일의학 등과 결합해 탈북민 진료 등으로 역할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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