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평가 가점줘도 기피
전문성 쌓기 쉬운 곳 선호
[ 황정수 / 오형주 기자 ] 젊은 공무원들의 부서 선택에서도 직업의식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미래 장·차관을 위한 ‘출세 코스’보다는 민간 이직을 염두에 둔 ‘전문성’을 관리할 수 있는 부서가 더 선호된다. 지난 2월 기획재정부 사무관 인사에서도 단적으로 드러났다. 국가 경제 정책을 총괄하며 수많은 장·차관을 배출한 경제정책국을 제치고 국제금융국, 세제실이 선호 1, 2위에 오른 것. 경제정책국은 기재부 내에서 ‘음지(비선호부서)’로 평가받던 공공정책국(3위) 국고국(4위)보다 뒤진 5위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금융국과 세제실은 ‘자기 계발’도 가능한 메리트가 있다. 국금국은 외국어를 공부하며 해외 업무를 할 기회가 많아 ‘국금수저’란 말도 나온다. 공공국은 공기업, 준정부기관 등에 대한 규제 권한을 갖고 있다는 점, 국고국은 국회 등의 간섭을 덜 받으면서 비교적 차분하게 일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꼽힌다. 반면 다른 부처에선 ‘슈퍼 갑’으로 꼽히는 기재부 예산실은 군대식 문화와 예산 시즌마다 되풀이되는 밤샘 근무 탓에 기피 부서가 된 지 오래다.
다른 부처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예컨대 공정거래위원회의 소비자정책국과 서울사무소는 높은 업무 강도와 각종 민원처리 때문에 기피 부서로 꼽힌다. 공정위가 가점까지 부여하기로 했지만 달라지지 않는다. 반면 전문성을 인정받아 이직에서도 유리한 카르텔조사국과 시장감시국은 선호 1순위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도 전통적인 인기 실·국인 산업정책국과 기초공업국의 인기가 크게 떨어졌다. 구조조정 현안 등으로 업무량은 많은데 과거에 비해 권한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공직 선배들은 “후배들이 조직에 헌신하려고 하지 않고 본인 생각만 한다”며 한탄하기도 한다. 일부에선 “세태의 변화를 인정하고 젊은 공무원들의 사명감을 고취할 수 있는 정교한 ‘신상필벌’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정수/오형주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