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김재후 경제부 기자 hu@hankyung.com
[ 김재후 기자 ] 지난 10일 오후 5시10분 정부세종청사. 각 부처에 근무하고 있는 실·국장급 고위공무원들이 한 건물에서 쏟아져 나왔다. 대부분 휴대폰을 확인하고, 업무 지시를 내리느라 분주했다. 대부분 표정은 밝지 않았다.
중앙부처 실·국장들이 이날 한자리에 모인 시각은 오후 2시. 점심시간 이후 대부분의 오후 업무 시간을 할애해 참석한 행사는 ‘실·국장급 국정과제 세미나’였다. 주관은 인사혁신처가 했다. 중앙부처에 근무하는 1000여명의 고위공무원은 지난 6일과 7일 10일 중 하루를 택해 ‘세미나’를 들어야 했다. 인사혁신처는 “출석이 의무는 아니다”고 했다. 하지만 참석자들의 말은 달랐다. 한 국장은 “위에서 마련한 행사인데 어떻게 빠질 수 있겠느냐. 출석체크도 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형식은 ‘세미나’였지만 내용은 일방적인 ‘강의’에 가까웠다. 주제는 △박근혜 정부의 24개 국정과제 △창조경제 등 경제정책 △외교안보 등이었다. 외교안보 분야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사드배치 문제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관료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비디오를 틀어주는 게 꼭 예비군훈련의 ‘정신교육’ 같았다”거나 “업무도 바쁜데 국정철학에 대한 집체교육을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푸념도 적지 않았다.
인사혁신처는 세미나 관련 정보를 공개하는 데도 인색했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세미나에 대해 연이어 묻자 “인사혁신처 담당(출입)기자가 아니면 전화하지 말라”며 대답을 거부했다. 설명도 오락가락했다. 담당과장은 처음에 “출석 여부는 따로 집계하지 않는다”고 했다가 ‘실·국장들에게 들었다’고 하자 “출석을 집계하는 데 엄청 오래 걸린다”고 말을 바꿨다. 한 참석자는 “국정철학을 관료들이 공유하는 건 좋은 일이지만 그 방식이 시대에 너무 뒤떨어진 것 같다”고 꼬집었다.
김재후 경제부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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