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지배구조와 경영권 문제를 걸고 삼성전자를 공격해왔다. 지난해 제일모직과 합병하려던 삼성물산에 반대하면서 국내의 상장 대기업들을 초비상으로 몰아넣었던 그들이다. 자회사 격의 펀드 두 곳을 앞세운 엘리엇이 담대한 요구조건을 내세우며 1년 만에 한국 최대기업을 정면 공격하고 있다.
삼성전자 지분 0.62%(76만218주)를 확보했다는 엘리엇의 요구 조건은 한마디로 경영권을 보장해줄 테니 특별 배당과 사외이사를 달라는 것이다.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리해 삼성물산과 합병하라는 요구는 삼성의 자체 지배구조개선 노력과도 부합한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긴 하다. 어제 삼성전자 주가가 급등하고, 삼성 측이 “(주주의 제안에 대해) 깊이있게 검토하겠다”는 의견을 즉각 내놓은 것도 그런 배경에서였을 것이다. 그러나 30조원(주당 24만5000원) 규모의 특별 현금배당, 분리된 사업회사의 나스닥 상장, 지주회사와 사업회사 이사회에 3명씩 사외이사 추가와 같은 요구는 극히 민감한 경영 핵심 사항들이다.
엘리엇의 제안을 단순히 단기이익을 요구한 문제로만 보기는 어렵다. 글로벌 기업에 명분을 주면서 투기적 이익을 뽑아갈 만큼 헤지펀드의 공격도 진화하고 있다. 오는 27일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 등기이사 선임 등으로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권 승계문제에 집중해온 삼성으로서는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새로운 변수를 만났다.
문제는 이 같은 공격이 경영권 탈취나 무력화를 노린 무차별적인 2차, 3차 공세로 이어질 경우다. 어제 뉴욕타임스가 “삼성은 행동주의가 공격하기 좋은 타깃”이라고 평가한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야당의 김종인 채이배 의원 등은 국내 기업의 경영권을 뒤흔들 수도 있는 상법개정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감사위원 분리선출, 집중투표, 다중대표소송 등 기업경영을 무방비 상태로 몰아넣고 주총과 이사회를 정치판으로 바꿀 법률들이다. 반(反)기업 정서에 편승해 기업 경영권을 무장해제하는 법은 그동안에도 수없이 만들어져 왔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를 국제 투기꾼들의 먹이로 내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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