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583.27

  • 2.24
  • 0.09%
코스닥

727.41

  • 7.18
  • 0.98%
1/3

[관광 코리아! 이대론 안된다] 재주는 '제주'가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번다

페이스북 노출 0

핀(구독)!


글자 크기 설정

번역-

G언어 선택

  • 한국어
  • 영어
  • 일본어
  • 중국어(간체)
  • 중국어(번체)
  • 베트남어
창간 52주년 특별기획 (3) 관광 코리아 실속이 없다

제주 관광객 폭증의 그늘

중국인 관광객이 가는 곳은 따로 있다
여행사가 몰아주거나 리베이트 받는 중국계 대형 화장품점은 '바글바글'
한국인이 운영하는 가게는 '휑~'

가이드 "유커들이 여행사가 지정한 곳이 아닌데서 쇼핑할까봐
일부러 외딴 곳에 숙소 잡는다"

유커 5년새 3배 늘었지만
제주도내 음식·숙박업소 작년 매출은 12% 폭락



[ 마지혜 기자 ] 중국 최대 명절인 국경절 연휴(10월1~7일)를 맞아 중국인 관광객(유커)이 밀려든 지난 1일 제주 연동의 ‘바오젠(保健) 거리’. 직원 1만여명을 이끌고 제주를 방문한 중국 건강용품업체의 이름을 딴 곳이다. 유커의 필수 쇼핑코스로 꼽히는 명소답게 관광객이 북적였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거리를 둘러보기만 할 뿐 정작 가게에서 지갑을 열진 않았다. 한 화장품 가게의 김모 팀장은 “제주에 온 유커 중 한국인이 운영하는 화장품 가게에서 물건을 사는 사람은 10명 중 서너 명도 안 된다”고 푸념했다. 제주 내 유커의 60%를 차지하는 단체관광객은 중국계 여행사가 안내하는 薩물?쇼핑센터에서만 물건을 산다는 게 김 팀장의 설명이다. 그는 “여기서 1㎞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대형 화장품 쇼핑센터가 단체관광객을 모두 빨아들이고 있다”며 “중국계 여행사가 직접 운영하는 곳이라는 소문이 자자하다”고 귀띔했다.

유커들이 몰려오긴 하지만…

제주를 찾는 유커가 5년 새 3배 이상 늘어났지만 제주 내 한국인 사업자들에게는 돈이 돌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커가 중국계 여행사를 통해 제주에 들어와 중국계 자본이 소유한 호텔이나 식당 등을 이용하면서 중국인이 운영하는 쇼핑센터에서만 돈을 쓰고 있어서다.


유커는 제주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지난해 기준 262만명)의 85.5%(224만명)를 차지한다. 하지만 이들 중 절반 이상인 단체관광객은 한국 업체에는 ‘그림의 떡’이다. 제주관광협회 관계자는 “제주도에 있는 특정 중국계 여행사가 중국에서 온 단체관광객의 90%가량을 독점 유치하는데, 이 업체는 중국인이 운영하는 업체에만 관광객을 몰아줘 한국 업체의 먹거리가 줄고 있다”고 했다.

이는 여행사가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낸 여행상품값이 아니라 관광객을 데려가는 상점에서 받는 수수료에서 수익을 얻는 ‘저가 관광상품’ 문제와 밀접히 연관돼 있다. 더구나 중국인 사이에는 공통의 이해관계를 토대로 서로를 돕는 ‘관시(關係)’ 문화가 있어 빠르게 밀접한 공생관계를 맺었다.

제주 연동에서 만?중국인 단체관광객 전문 가이드 이모씨는 이 여행사가 가이드들에게 내린 ‘행사 지시서’를 슬그머니 보여줬다. 들러야 할 호텔과 식당, 쇼핑센터 등이 지정돼 있었다. 이 가이드는 “여행사가 직접 운영하는 곳이거나 손님을 몰아주는 대가로 리베이트를 받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여행사가 지정한 시내 호텔 가운데 한 곳은 관광버스가 들고 나기 어려울 정도로 좁은 골목 구석에 있었다. 가이드가 작은 목소리로 이유를 설명했다. “하루 일정을 마친 관광객이 동네를 돌아다니다가 여행사가 지정한 곳이 아닌 데서 물건을 사는 일이 없도록 일부러 외딴곳에 있는 호텔을 잡는 거죠.”

이 지시서에 명시된 제주 일도2동에 있는 인삼가게는 오후 시간대에 아예 문을 굳게 닫아두고 있었다. 불 꺼진 1층을 지키고 있던 경비원은 “우리는 여행사를 통해서 오는 중국인 단체관광객만 받고 한국인은 들이지 않는다”고 했다.

음식·숙박업 수익은 되레 줄어

중국계 여행사가 직접 운영하거나 리베이트 계약을 맺고 있는 중국계 식당 및 기념품점, 숙박업체 수를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직접 운영하더라도 서류상 대표로는 한국 사람을 내세워둔 곳이 많아 파악이 어렵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제주도청 관계자는 “중국인이 운영하는 호텔은 13개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고 했다. 제주참여환경연대는 2013년 벌인 가이드 설문 등을 토대로 “제주 시내에 인삼 판매점 7곳과 화장품점 5곳이 중국인이 운영하는 곳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여행사뿐만이 아니다. 중국계 育謎뼈?부동산 임대업 등을 중심으로 제주 내 관광 인프라를 장악해나가고 있다. 지난 3월 기준 제주 지역에서 이뤄지고 있는 전체 외국인 투자사업(투자규모 50억원 이상)은 23개(총 사업규모 15조5876억원)다. 이 중 중국 기업의 사업이 15개(9조9602억원)로, 사업비 기준 64%를 차지한다. 15개 사업 모두가 호텔, 콘도, 리조트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제주발전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낸 보고서 ‘제주지역 중국자본 투자 현황 및 시사점’에 따르면 제주지역 내 중국자본 투자기업 111개 중 43%가 부동산 임대업, 22.8%가 음식·숙박업에 해당한다. 도·소매업도 14.9%였다. 고태호 제주발전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중국 투자사업이 숙박업을 중심으로 이뤄진 결과 제주 방문 관광객은 증가했지만 제주지역 한국 사업자의 수익성은 되레 나빠졌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이 한국은행의 지역산업연관표 등을 토대로 추정한 결과 2013년 기준 제주지역 음식점 및 숙박업소의 사업체당 매출은 2010년 대비 11.6% 감소했다.

제주=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 염색되는 샴푸, 대나무수 화장품 뜬다

실시간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