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52주년 기획 (1) 관광 한국 좀먹는 저가 패키지
중국인 따뜻한 음식 선호하는데
식빵·소시지 등 차가운 것만 나와
[ 김명상 기자 ] 한국 패키지여행의 미스터리 쇼퍼로 온 한메이 씨(21)는 당초 식사에 대한 기대를 별로 하지 않았다. 비행기값보다 싼 패키지여행인 만큼 음식은 부실하려니 했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여행사에서 제시한 식사 메뉴에 삼계탕 갈비탕 버섯전골 등 한국 음식이 있어 살짝 들뜬 것은 사실이었다.
한씨의 들뜸은 첫날부터 깨졌다. 여행 첫날인 지난달 24일. 아침 식사를 하러 간 식당은 허름한 골목 안에 있었다. 식빵, 소시지, 김치, 국수, 볶음밥 등의 메뉴가 있었지만 모두 차갑게 식어 있었다. 한국을 처음 방문한 한씨의 어머니 왕옌 씨는 “중국에선 따뜻하지 않으면 음식으로 치지 않는다”며 “피곤해서 따뜻한 음식을 먹고 싶었는데 많이 먹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점심 메뉴는 갈비탕. 하지만 갈비탕으로 추정될 뿐 딱 잘라 갈비탕이라고 하긴 좀 그랬다. 국물은 육수가 아니라 그냥 물을 부은 듯 밋밋했다. 그나마 너무 싱거워 먹기 힘들었다. 저녁 메뉴는 삼계탕.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10점 만점에 1점’으로 평가할 만큼 최악이었다. 여성 주먹 두 개 크기에 불과한 작은 닭, 대추라곤 달랑 한 개, 인삼이라고 믿기 어려운 정체 모를 풀뿌리가 전부였다. 한국 드라마에서 본 뽀얗고 진한 국물과 커다란 닭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한씨는 “아무거나 잘 먹는 편인데도 억지로 먹으면 토할 것 같아 포기했다”고 말했다.
여행 둘째 날인 25일. 서울 용산 아이파크의 한 중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메뉴는 탕수육, 마파두부, 밥, 치킨 등이 나왔다. 정통 중국 음식은 아니었지만 먹을 만했다. 품질을 떠나 ‘어제 먹은 음식보다 나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일부 여행객은 식사를 거부하고 다른 곳에 가서 먹었다.
셋째 날인 26일 점심은 버섯전골이었다. 네 명이 한 자리에서 먹었는데 너무 싱거운 것이 문제였다. 맹물에 재료를 넣고 끓인 듯했다. 반찬도 부실했다. 김치, 콩나물, 미역, 무생채 네 가지였는데 중국인들이 딱히 먹을 만한 것이 없었다.
이날 저녁엔 불고기가 나왔다. 고기가 먹고 싶었던 차에 반가웠지만 식감이 부드럽지 않았다. 냉동육이었기 때문이다. 한씨는 “중국에서 이런 고기가 나오면 쳐다보지도 않는다”며 “호텔로 돌아온 뒤 치킨을 사다 먹었다”고 말했다.
김명상 기자 terr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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