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필휘호 광복조국 텀블러, 개천절 맞아 1만개 한정판매
2030 마니아에 인기
[ 강영연 기자 ] 지난 5월 미국에서 ‘아메리카(America)’라는 맥주가 팔리기 시작했다. 맥주 브랜드 버드와이저가 내놓은 제품이었다. ‘버드와이저(Budweiser)’ 대신 ‘아메리카’로 이름을 바꾼 것. 애국심을 겨냥한 마케팅이었다. 미국의 현충일인 메모리얼데이, 독립기념일, 11월 대통령선거 등이 이어지는 것을 염두에 뒀다. 버드와이저 브랜드를 보유한 회사가 미국이 아니라 벨기에·브라질 합작사인 안호이저부시여서 이 마케팅은 더 화제가 됐다.
한국에서도 이런 마케팅을 스타벅스가 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개천절을 기념해 새로운 텀블러를 1만원에 팔기 시작했다. 겉면에는 ‘光復祖國(광복조국)’이라는 백범 김구 선생의 글씨가 쓰여 있다.
◆스타벅스의 애국심 마케팅
텀블러에는 이 글씨가 1948년 3월1일 김구 선생이 쓴 작품이라는 설명과 함께 빛 광, 회복할 복 등 각 한자의 음과 뜻을 써 넣었다. 한자를 잘 모르는 젊은 세대를 생각한 것. 스타벅스는 지난해에도 광복절을 기념해 김구 선생의 ‘存心養性(존심양성·사진)’ 친필 휘호를 담은 텀블러를 판매했다.
버드와이저와 비슷한 마케팅이다. 스타벅스는 2009년부터 문화재청과 ‘한문화재 한지킴이’ 협약을 맺고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두 개의 텀블러에 쓰인 친필 휘호 ‘존심양성’과 ‘광복조국’은 개인이 보관하던 유물을 스타벅스가 사서 국가에 기부한 것이다. 지난해 광복 70주년을 맞아 8·15머그, 텀블러, 카드 등을 판매한 수익금으로 존심양성 휘호를 구매했고, 이 문구가 들어간 텀블러를 판 돈으로 광복조국 휘호를 사들였다. 작년에 제작한 텀블러 9000개는 모두 팔렸다.
글로벌 기업인 스타벅스는 한국에서 하는 이런 사회공헌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 한국 기업으로 포지셔닝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스타벅스코리아는 휴가 나오는 장병들에게 커피를 무료 제공하겠다는 마케팅 계획을 본사에 보냈다. 본사에서 온 답은 “그 프로그램을 더욱 확대하라”는 것이었다.
◆마니아 겨냥
텀블러에 한자를 새겨넣은 것은 ‘덕후’(일본어 오타쿠의 변형된 말로 특정 분야에 열광하는 마니아를 의미) 마케팅 측면도 있다. 스타벅스 텀블러, 머그, 컵받침 등 굿즈는 덕후들에겐 인기 아이템이다. 새해 초 신년 신제품을 시작으로 벚꽃 시즌, 크리스마스 등 시즌별로 신제품이 나온다. 이때마다 새벽부터 기다렸다가 제품을 구입하는 사람이 많다. 1만개 정도의 한정판으로 출시되기 때문에 중고나라 등 인터넷 사이트에서 두세 배 비싼 가격에 사겠다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스타벅스는 이들 마니아의 욕구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 남들이 보기엔 돈 낭비지만, 그들은 이런 한정판 제품을 사면서 쾌감을 느낀다는 얘기다. 스타벅스는 마니아들이 갖고 싶어하는 한정판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한자를 잘 모르는 젊은이들이 이 제품을 사는 이유에 대해 회사 측은 “휘호를 디자인의 하나로 인식하는 사람도 있고, 휘호의 의미를 이해한 뒤 구입하는 젊은이도 있다”고 설명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모바일한경 구독신청] [한 경 스 탁 론 1 6 4 4 - 0 9 4 0]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