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에너지·비메모리 반도체 통큰 협력"
한전과 스마트 그리드 공동 구축
IoT·AI 분야 육성도 협업하기로
[ 임원기 / 이태훈 기자 ] 30일 박근혜 대통령과 손정의 회장의 만남은 손 회장의 깜짝 제안으로 전격 성사됐다. 손 회장이 한국 정부에 제시한 것은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통한 아시아 지역 전력공유 구상인 ‘아시아 슈퍼 그리드’다. 소프트뱅크 관계자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손 회장은 전력 공급 문제에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이를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며 “이번 한국 방문도 전력 공급 문제를 포함한 동아시아의 에너지 협력을 큰 틀에서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전력과 스마트 에너지 벨트 구축
소프트뱅크와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손 회장은 한국 러시아 중국 몽골 일본 등 5개국의 전력망 공유에 대해 오랫동안 구상을 해왔다.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난 직후부터였다. 태양광이 풍부한 몽골 등에 태양광 발전소를 세우고 여기에서 생산한 청정에너지를 한국 일본 중국 등에 송전선(그리드)으로 공급한다는 게 손 회장의 구상이었다. 이를 廢건構?하기 위해선 한국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이번 방문에 앞서 손 회장은 한국전력에 손을 내밀었다. 한국과 일본은 자원 빈국이면서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 다른 나라와 전력망이 연결돼 있지 않은 ‘에너지 섬’이라는 점도 같다.
소프트뱅크와 한전은 지난 7월 몽골에 30㎿(메가와트)급 태양광 발전소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이달 초에는 조환익 한전 사장이 일본을 방문해 손 회장을 직접 만나기도 했다. 당시 조 사장은 ‘스마트 에너지벨트’를 구축하자고 제안했다. 스마트 그리드(지능형 전력망) 기술을 이용해 아시아를 잇자는 구상으로 손 회장의 ‘아시아 슈퍼 그리드’와 일맥상통한다. 손 회장의 이번 방문은 이런 제안에 대한 적극적인 화답이다. 조 사장이 이날 청와대 회동에 초청받아 박 대통령 옆에 배석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였다.
◆비메모리 반도체 등 대규모 투자
손 회장은 에너지 분야에서 한국과 큰 틀에서 협력하는 한편 한국에 대한 통 큰 투자도 약속했다. 10년간 5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한 것이다. 소프트뱅크코리아 등 한국 법인을 통해 소프트뱅크가 한국에 투자하는 금액은 연간 500억원 안팎이다. 10년간 5조원이면 연간 규모는 5000억원에 달한다. 소프트뱅크로서는 한국에 대한 투자금액을 10배로 늘리는 셈이다.
업계에 따르면 손 회장은 비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국의 사물인터넷(IoT) 분야에서 상호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세계적인 강자이지만 중국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는 만큼 소프트뱅크가 한국의 약점인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기술 협력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소프트뱅크가 궁극적으로 관심을 두고 있는 IoT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과의 협력 체계를 공고하게 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임원기/이태훈 기자 wonk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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