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병훈 기자 ]
전남 함평의 초기 철기시대 유적지에서 기원전 4~3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거울모양동기(鏡形銅器·사진) 넉 점이 출토됐다고 문화재청이 26일 발표했다. 거울모양동기는 청동기~초기 철기시대 중국 동북지방에서 유행한 물건으로, 제사장처럼 권위가 높은 사람이 몸 앞에 매달았던 장식물이다. 거울모양동기가 국내에서 발굴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거울모양동기는 함평군 해보면 상곡리 114의 4 건물 신축 터(790㎡)에서 발굴됐다. 한국문화재재단이 최근 발굴조사를 하다 철기시대 돌널무덤(석관묘) 안에서 발견했다. 출토된 거울모양동기는 모두 원형이며 지름 6.2~6.4㎝로 비슷한 크기다. 한쪽 면이 오목하게 돼 있는데 여기에는 거울모양동기를 옷 등에 매달 때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꼭지가 한 개씩 붙어 있다. 꼭지가 면의 중앙부에 달린 중국 동북지방 출토품과 달리 면 가장자리에 있는 게 특징이다.
정훈진 문화재재단 책임조사원은 “비파형동검만 해도 중국 동북지방 양식이 한반도 중부에서는 나타나지만 남해안에서는 토착화돼 잘 보이지 않는다”며 “거울모양동기도 중국에서 제작 기술이 전해진 뒤 함평 주변에서 자체 제작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거울모양동기가 나온 철기시대 돌널무덤 외에도 청동기~철기시대 무덤과 주거지 등 모두 21기의 유구(遺構·건물의 자취)가 새로 발굴됐다. 청동기시대 토광묘 1기와 주거지 2기, 초기 철기시대의 돌널무덤 3기와 주구(무덤 주변의 도랑) 1기, 삼국시대 주구 1기 등이다.
특히 삼국시대 주구에서는 백제의 조족문(鳥足文·새발무늬) 토기, 일본 규슈의 스에키(須惠器)계 뚜껑 있는 접시, 세 개의 줄 가운데 위·아래 줄은 물결무늬, 가운데 줄은 점 무늬인 가야의 파상점열문(波狀點列文) 항아리가 한꺼번에 나왔다. 정 조사원은 “영산강 유역을 중심으로 백제와 대가야, 바다 건너의 왜가 활발히 교류했음을 보여주는 유적”이라고 설명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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