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서 비판 일자 '찬성' 선회
정체성 논란…존재감은 확인
[ 임현우 기자 ] 국민의당이 ‘갈지자걸음’을 하고 있다. 사드(THAAD·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논란에 이어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 과정에서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다. 호남 민심과 중도 ‘캐스팅보트’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는 ‘정체성 딜레마’를 고스란히 노출했다는 지적이다.
김 장관 해임건의안에 국민의당 의원 38명 중 최소 28명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 결과적으로 캐스팅보트 위상을 성공적으로 과시한 모양새가 되긴 했지만 가결 전까지 제3당의 입장은 롤러코스터를 타듯 바뀌었다.
국민의당은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정의당과 김 장관 해임건의안을 공동 추진키로 합의했으나, 21일 의원총회 뒤 돌연 약속을 깨고 발의에 불참했다. 당시 의총에서는 10여명의 의원이 반대 의견을 냈다. 인사청문회 의혹들이 부풀려졌고, 쌀값 폭락 등으로 농심(農心)이 끓는 상황에서 정쟁으로 비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야권 공조 파기를 놓고 ‘새누리당 2중대’ 같은 비난이 쏟아지자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사진), 안철수·천정배 전 대표 등은 당내 의원 설득에 직접 나섰다. 새누리당의 고의적인 의사진행 저지가 겹치면서 23일 의총에서는 가결로 당내 기류가 쏠렸다.
25일 광주를 찾은 박 위원장은 “시민들이 ‘만약 이번에 반대했으면 우리는 떠났을 것’이라며 한결같은 칭찬 일색”이라고 했다. 하지만 해임건의안에 반대해 온 황주홍 의원은 “극한적 대결정치에 또 무릎을 꿇었다”며 “실질적으로 야당에 무엇이 유리할지 솔직히 모르겠다”고 거부감을 드러냈다.
사드 배치와 관련해서도 국민의당은 정부 발표 직후 가장 강경한 반대 당론을 채택했으나, 최근에는 조금씩 발을 빼고 있다. 북한 5차 핵실험으로 여론이 불리하게 흐르면서다. 한 의원은 “총선에서 어렵사리 얻은 중도 표를 모두 잃게 한 최악의 판단 착오”라고 꼬집었다.
이런 혼선은 선명한 야당을 요구하는 호남의 전통적 지지층과 당의 지향점인 중도 보수 사이에서 정체성을 명확히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국가적 현안 대응에서 나타난 일관성 부재와 모호한 정체성 등에 대한 평가는 결과적으로 당 이미지를 깎아내렸다는 지적이다. 당내에서는 ‘박지원 원톱 체제’에 불만을 가진 일부 호남 의원들이 견제를 강화하면서 생긴 현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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