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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w&Biz] '비리 부장판사' 기소되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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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산책

이상엽 법조팀 기자 lsy@hankyung.com



[ 이상엽 기자 ] “정말 부끄러운 일입니다. 얼굴을 못 들고 다니겠어요.”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에게서 고급 외제차 등 1억8000만원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김수천 인천지방법원 부장판사가 재판에 넘겨진 20일. 서울중앙지법 판사들은 한결같이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현직 부장판사가 구속기소된 것은 역대 두 번째로 10년 만이다. 한 판사는 “법대에 앉아 법을 추상같이 집행해야 할 판사가 피고인석에 앉게 된 굴욕의 날”이라고 말했다.

법원은 말할 것도 없고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은 분노를 넘어 허탈해하는 모습이다. 서울 서초동의 한 주민은 “국민은 이제 누구를 믿고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대한민국 판사들이 과연 그만한 지위에 맞는 성숙한 직업윤리를 지니고 있는지 의심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 같은 비리는 언제든 터질 수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분석이다. 부장판사 출신인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법관 임용과 평가 등 관료화된 인사제도를 꼬집었다. 그는 “미국은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최선의 사법제돋?만든다’는 원칙 아래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며 “한국도 더 선진화된 인사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 판사가 되려면 적어도 12년의 실무 경력을 쌓아야 한다. 보통 40세 이후가 된다. 주마다 다르긴 하지만 대체로 주민 선거를 통해 주 법원 판사가 뽑힌다. 따라서 판사가 되기 위해선 실력뿐 아니라 평판이 중요하다. 인생 경륜과 성숙한 자세를 겸비했다는 평을 듣는 사람이 판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최근 들어 법조일원화 등으로 경력 판사가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사법연수원 성적이 가장 중요한 잣대다.

김 부장판사가 구속된 지난 2일, 대법원은 전국 법원장 긴급회의를 열었다. 그 자리에서 양승태 대법원장은 머리를 숙이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비리방지대책도 쏟아냈다. 하지만 법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높아진 것 같지 않다. 국민의 시선에 눈높이를 맞춘, 제대로 된 사법개혁안을 연구해야 제2, 제3의 김수천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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