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혁 파생시장협의회장
"신탁계정 관리방안 도입 땐 증권사 RP 거래 위축시켜
자금 흐름 문제 일으킬 것…해외에도 없는 규제"
[ 안상미 기자 ] “주가연계증권(ELS)을 신탁계정에서 관리하는 방안을 도입하면 ELS 수익률이 낮아지는 것은 물론 ELS 발행사인 국내 증권사의 유동성 악화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진혁 파생시장협의회장(하나금융투자 부사장·사진)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ELS의 자기신탁 도입 방안은 증권사의 ELS 발행·운용을 당국이 직접 규제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ELS가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국내 파생상품시장이 지금보다 더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 회장은 “해외에는 이 같은 규제 사례가 없다”며 “투자자가 투자 위험 등 정확한 정보를 얻은 뒤 다양한 기초자산과 수익구조를 지닌 ELS로 분산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다음달 ‘파생상품 활성화 및 주가연계증권 건전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증권사가 ELS 발행 자금을 신탁계정에서 관리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증권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 회장은 “해외 지수형 ELS는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 H지수) 등 기초자산의 꾸준한 상승세로 조기 상환, 재발행 등이 선순환하며 발행 잔액 70조원대로 급성장했다”며 “이때 국내 증권사들이 ELS의 자체 헤지(위험회피) 물량을 늘리면서 상당한 수익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이후 홍콩 H지수 급락으로 조기 상환이 지연되면서 파생상품 관련 손실이 커져 올 상반기 증권사들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43% 급감했다.
ELS 발행 자금과 헤지 자산은 증권사 고유자산으로 인식된다. 증권사들은 이를 채권, 주식, 장외 파생상품 등에 투자하거나 담보자산 등으로 활용해 수익을 내고 있다. 하지만 “신탁계정 내 ELS 헤지 자산은 환매조건부채권(RP) 매도 때 담보로 설정할 수 없다”며 “증권사의 주요 단기자금 조달 수단인 RP 거래를 위축시켜 증권사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게 이 회장의 얘기다.
신탁계정에서 ELS는 외국계 투자은행(IB)에 맡겨 헤지 거래를 해야 한다. 추가 담보 설정 등 관리 비용이 늘어 ELS 자체 수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회장은 “국내 증권사도 그동안 자체 헤지를 위해 수백억원을 들여 시스템을 구축하고 인력을 육성했다”며 “외국계 IB만 수익 기회가 늘어날 뿐 국내 증권사의 자체 헤지 역량은 고사하고 말 것”이라고 걱정했다. 그는 국내 ELS 발행 물량의 절반 이상을 공급 중인 외국계 IB에서는 ELS 헤지 손실 문제가 불거지지 않는 점도 언급했다.
■ 신탁계정
증권회사 등 신탁 설정자가 위탁자의 재산을 수탁해 관리·운용·처분하는 계좌.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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