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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위기관리가 실행되지 못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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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함수 에스코토스 대표) 기업의 위기관리가 실행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기다리고 보자는 누구도 결정하지 않았지만 그냥 그렇게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은 위기가 발생하면, 혹시 겪게 될지 모를 싸움이 시작도 하기 전에 끝날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심각한 심리적 외상을 겪는다. 이런 사고방식은 부정, 회피, 포기, 편의주의라는 4가지 중대한 문제를 일으킨다. 그리고 실용성만을 따지는 현실주의에 빠지게 된다. (에릭 데젠홀,'유리턱(GLASS JAW), 2015) 가장 실용적인 대응이 '기다리고 보자'이다. 이것은 일종의 '문화'이고 '관습'이다. 일이 발생하면 원인을 분석하려는 사람과 책임을 묻는 사람과 대응을 고민하는 사람과 그것을 실행하는 사람으로 나눠진다. 앞의 것 두 개는 사실 위기 당시엔 불필요하다. 그런데 위기가 발생하면 앞의 두 가지로 회의가 4시간이 되고 8시간이 된다. 평상시의 조직문화가 위기관리를 어렵게 한다. 위기를 겪고 나면 알게 되는 것 중 하나이다.

둘째, 당연히 평상시에는 비용이거나 예산을 집행할 때 고민거리라는 입장이다. 불을 끌 때 사용할 장비를 구입할 1억원 예산을 산출해서 승인을 받을 때 의사결정자나 실무자나 편안하게 생각磯? 물건이다. 눈에 보인다. 화재라는 리스크도 머리 속에 그려진다. 그러나 한번도 발생하지 않았던 리스크 요인으로 위기가 발생할 것이라는 사실을 이론적으로 인정은 하지만, 사실 눈에 보이지 않는다.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언제나 "다른 회사는 어때요?", "거기에는 어떻게 준비를 하나요?" 식으로 사례를 찾는다. 그래야 보고하기 쉽다. 이렇게 현재만을 중시하며 현재에서 멀어질수록 중요도가 떨어진다고 여기는 심리를 경제학자들은 '하이퍼블릭 할인율'이라고 부른다. 위기는 보험이라고 하지만, 당장 발생하지 않고 혹시 영원히 발생하지 않으면 비용만 지출된다고 본다.

셋째, 알고 있는 것이 실행되지 않는 이유를 잘 모른다. 논란을 사전에 막아라, 즉각 대응하라, 자기 입장을 이야기하라, 한목소리로 말하라, 이해관계자 입장을 봐라. 투명하고 공개해라, 사과해라. 어떻게 보면 위기관리의 상투적인 지침이 되었다. 다 아는데 막상 위기에 직면하고 보면, 어떤 의사결정도 쉽게 내려지지 못한다. 맥락을 모르기 때문이다. 위기관리의 불변하는칙은 딱 한가지다. '불확실성'의 상황이라는 것이다. 위기는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 우리만 불확실한 것이 아니라 이해관계자들도 불확실하다. 그래서 대응도 대응하면서 하나 하나 이해관계자의 인식을 맞춰가는 것이 필요하다. 결국 지금 의사결정을 내리려고 하면, 고려해야 하는 것이 너무 많다. 확인해야 하는데, 정보는 오지 않는다. 완전하다고 생각했던 내부의 정보도 불완전하다. 평상시에 우리는 너무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알고 있는데 실행되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다. 평상시에 모두가 모여 고민하고 생각하고 준비하지 않는 것. 다른 이유가 없다.

넷째, 위기관리의 효과를 먼저 고민한다. 위기관리를 사전준비하면 위기 발생하지 않는 거죠? 우리가 준비하고 나면 어떤 효과가 있는 겁니까? 이번 프로젝트의 KPI는 무엇인가요? 지금 위기 대응을 같이 논의하면 어떤 효과가 있는건가요?지금 위기 대응을 해야 하는데, 뭘 해 줄 수 있으세요? 실제로 이렇다. 위기관리의 효과는 하지 않는 것과 하는 것의 상황의 차이일 뿐이다. 그 효과를 보려면 위기관리를 하지 말고 위기를 그냥 대면해라.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실제로 위기관리의 목표는 손실의 최소화이다. 더 나아가 신뢰를 빨리 회복해서 정상적인 비즈니스 활동에 신속히 복귀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업의 역량을 보여주는 것이다. 리더십도 보여주는 것이다. 실제로 위기는 통제적 개념이 있는 '관리(managing)'이 아니라 상황적 판단과 대응을 하는 '돌보는(caring)' 의미가 강해 졌다. 조직의 리스크 요인을 보살펴야 한다. 그것은 목표지향적 경영행위가 아니라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당위적 활동이다.

다섯째, 위기관리는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전략이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전략'은 실행을 하기 위한 '전략(Strategy)'가 아니라 그 전략을 세우기 위한 전략 즉, 그랜드 전략(Grand strategy)'를 의미한다. 실행을 위한 전략을 사전에 수립할 수가 없다. 위기 상황은 유일하기 때문이다. 맥락과 관여된 이해관계자 모두가 새로운 것이다. 그래서 위기관리 전략이란 거의 '원칙적' 개념이 많다. 투명해라. 공개해라 등과 같이. 전략을 위한 전략은 결국 기업의 철학, 기조, 신념과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런 경우, 우리는 어떤 의사결정을 할 것인가? 만약에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그 일이 일어나지 않으려면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 만약에 일어난다면, 지금 상황에서 어떤 대응이 가능할까? 이런 날까로운 상황질문을 만들어 우리 조직 내부에 물어보는 것이다. 위기 의사결정 (Crisis Decision-making) 과정을 함께 논의해봐야 한다. CEO와 모든 부서의 임원이 모여 먼저 공격을 받아보고 답을 찾아야 한다. 이것은 현장 실무자의 몫이 아니다. 책임자들의 몫이고 책임이다. 이 글을 읽는 CEO나 임원이라면 지금 당장 경영진이 모여 "Killer Question Session" 를 진행하겠다. 우리를 공격하는 질문 리스트를 만들어 직접 공격을 받아보고 대응을 해보자. 의사결정의 시나리오를 설계하는 것이다.

위기관리란 책임 있고 윤리적인 프로그램을 집행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기업 리소스(Resource)는 한계가 있다. 정치사회적 맥락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감독기관의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된 의사결정을 못하기도 한다. 책임있고 윤리적이란 이해관계자 인식을 우리의 의사결정과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 것과 같다. 결국 위기관리는 평상시에 준비하고 훈련하는 경영활동이다. 위기관리의 수장은 최고경영 책임자다. 리더의 역할이 필요하다. 조직 전체가 참여해야 하기 때문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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