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최초 전통시장 입점
당진시장 2층에 노브랜드점…이마트, 신선식품 판매 안해
"마트 규제, 상생으로 풀어…젊은층 찾으며 시장 활기"
[ 고은빛 기자 ] 충남 당진시 읍내동에 있는 충남당진시장(사진). 이곳에 있는 2층짜리 어시장 건물엔 전통시장과 대형마트가 나란히 입점해 있다. 1층 어시장에선 생선을 팔고 2층 이마트에선 각종 공산품을 판매한다. 2010년 유통산업발전법이 시행된 뒤 전통시장 반경 1㎞ 이내에 대형마트가 얼씬도 못 하는 다른 전통시장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마트는 대형마트 중 처음 전통시장에 들어간 것을 계기로 전통시장과 상생 사례를 계속 늘려갈 계획이다.
◆‘한국형 산타마리아’가 목표
이마트는 31일 당진어시장점 2층(990㎡)에 공산품 자체브랜드(PB)인 노브랜드 전문점을 열었다. 이마트는 당진어시장점을 열면서 전통시장을 관광 명소로 탈바꿈시킨 스페인 산타마리아 시장 사례를 참고했다. 지방자치단체뿐 아니라 시장 상인들과 상생하기 위해 신경을 썼다. 푸드코트는 당진시가 직접 운영하도록 하고 당진시장에서 판매하는 축산물과 신선식품은 팔지 않는다. 1층(1650㎡)에선 어시장 상인들이 생선을 판다. 이마트는 950개 핵심 상품만 취급한다. 식품과 비식품 비중은 절반씩이지만, 식품 대부분은 가정간편식(HMR)이다.
이런 상생 모델은 당진어시장이 작년 8월 먼저 요청했다. 어시장의 리모델링을 마쳤지만 집객 시설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형마트가 들어서면 주변 상권에 영향이 가 선뜻 대형마트를 유치하지 못했다. 그러다 서울 중곡시장에 있는 이마트 에브리데이가 신선식품 92개 품목 판매를 중단했다는 상생 사례를 접했다. 판매 품목이 겹치지 않는다면 대형마트의 입점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다. 당진시 30~40대 인구 비중은 32.1%지만 시내 대형마트는 롯데마트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날 매장을 찾은 조덕희 씨는 “시내에 대형마트가 하나뿐이라 집에서 가까운 서산으로 장을 보러 다니기도 했다”며 “채소가 없어 아쉽지만 간단하게 먹을거리를 사러 오기엔 적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30~40대 고객 유입 기대”
주로 중장년층이 찾는 어시장의 분위기도 밝았다. 어시장에선 좌판을 포함해 총 67개 상점이 운영 중이다. 정제의 당진 전통시장 상인회장은 “하루 어시장 방문객 수는 200명 정도”라며 “앞으로 30~40대 유입이 늘면서 매출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마트는 당진어시장점의 연간 매출 목표를 17억원으로 잡았다. 김수완 이마트 CSR담당 상무는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신선식품이 빠진 만큼 매출 목표를 낮춰 잡았다”며 “매출보다는 당진시와의 협업을 통해 상생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당진어시장점을 상생스토어로 운영하기 위한 방안도 세우고 있다. 신선MD(상품기획자)를 상인회에 보내 어패류의 소포장을 돕는다는 계획이다. 뱅어포, 김 등 당진 특산물은 이마트 에브리데이 등에 납품할 수 있도록 판로를 지원할 예정이다.
이갑수 이마트 대표는 “점포만의 발전을 꾀하기보다는 이마트가 들어와서 생활에 보탬이 됐다는 얘기가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당진시처럼 직접 문의가 오면 추가 상생스토어 출점도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진=고은빛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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