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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깎아 경제 살린 '아일랜드 모델'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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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의 '애플 130억유로 세금폭탄'에 다국적 기업 이탈 우려

법인세율 12%대로 낮춰 기업유치
투자 급증하며 유동성 위기 극복

"애플세 추징 않겠다" EU에 항소
일자리 등 경제효과 유지가 중요
아일랜드 내에선 'EU 탈퇴' 주장도



[ 이상은 기자 ]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지난 30일 애플에 과징금 130억유로(약 16조원)를 부과했다. 2003~2014년 아일랜드 정부가 EU 규정을 어기고 애플에 깎아준 세금을 토해내라고 결정했다.

아일랜드는 과세를 거부하고 즉각 “EU 법원에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규모의 세금을 추가 징수하면 국가부채(약 2000억유로)의 6.5%를 단숨에 상환하거나 한 해 보건예산(130억유로)을 충당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아일랜드 정부가 단순계산을 하지 않은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EU가 내린 과세 결정을 순순히 받아들이면 글로벌 기업의 조세피난처라는 ‘국가 비즈니스 모델’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이참에 영국처럼 EU를 탈퇴하자는 극단적 주장까지 내놨다.

◆저세율로 글로벌 기업 유치해 성장

1990년대 중반부터 2008년 글로벌 금융㎟璲?덮치기 전까지 아일랜드의 별명은 ‘켈틱 타이거’였다. 아일랜드는 높은 경제성장률과 완전고용 수준의 낮은 실업률을 구가했다.

아일랜드 정부가 1980년대 50%에 달한 법인세율을 1995~2003년 단계적으로 12.5%까지 떨어뜨린 정책이 주효했다. 외국인직접투자(FDI)가 급격히 늘어났다. 이 기간에 생겨난 자산 거품이 꺼지면서 2010년 말 EU 등의 구제금융을 받기도 했지만 3년 만에 졸업한 뒤에는 경제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인구 470만명 규모인 아일랜드의 1인당 GDP는 지난해 5만6000달러(약 6240만원)에 이르렀다.


절세를 겨냥한 글로벌 기업이 아일랜드에 속속 본부를 뒀다. 고급 일자리가 늘고 경제성장은 탄력이 붙었다. 아이리시타임스는 작년 말 “매주 평균 일자리가 1000개 생기고 있다”고 전했다.

아일랜드가 끌어들인 기업 중 대표적인 회사가 애플이다. 1980년 아일랜드 코크에서 직원 60명 규모의 공장을 운영하기 시작한 애플은 현재 약 6000명을 고용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1000명을 신규로 채용했다. 8억5000만유로를 투자해 정보센터를 세우기도 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링크트인, 트위터, 페이스북 등 주요 다국적기업, 특히 정보기술(IT) 기업의 글로벌 본부가 아일랜드에 들어섰다. 아일랜드 미국상공회의소는 그동안 총 700여개 미국 기업이 아일랜드에서 14만명을 고용했다고 분석했다. 미국 이외 기업까지 포함하면 1000여개의 글로벌 기업이 아일랜드에 법인이나 지사를 두고 있다.

◆EU, “부당한 보조금” 비판

아일랜드 정부는 법인세율을 낮추는 것 외에 다양한 방식으로 글로벌 기업의 세금을 깎아줬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경쟁담당 집행위원 발표에 따르면 유럽·중동·아프리카에서 아이폰 등을 판매해 160억유로의 이익을 낸 아일랜드 내 애플 해외판매법인(ASI)의 2011년 실효세율은 0.05%(1000만유로)였고, 2014년엔 0.005%에 불과했다. 아일랜드 정부가 애플에 1991년과 2007년 조세 규정을 통해 ASI에서 발생한 거의 대부분의 이익에 과세하지 않기로 약속해서다. EU 경쟁당국은 이를 두고 ‘아일랜드 정부가 애플에 부당한 보조금을 지급했다’고 해석했다.

◆탈(脫)EU 움직임 일어날까

마이클 누난 아일랜드 재무장관은 “아일랜드 세제는 예외없는 엄격한 법 적용 기반 위에 있다”며 이번 결정을 EU 법원에 제소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회원국의 세금정책에 대한 주권을 EU 규정이 침해하는 것을 막는 조치”라고 덧붙였다. 아일랜드인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EU를 탈퇴하는 게 낫지 않느냐는 ‘이렉시트(#Irexit)’ 주장까지 나온다. 반면 구제금융 후 긴축정책에 지친 아일랜드 국민 사이에선 애플 등이 돈을 토해내길 바라는 기류도 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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