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 규정·개인정보보호법 완화해야"
선진국은 '네거티브 규제'…각종 비즈니스 모델 실험
[ 남윤선 기자 ] 국내외 주요 금융회사는 물론 삼성전자 등 제조업체도 사물인터넷(IoT) 시대를 내다보고 블록체인 기술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이 기술을 충분히 활용하기 어렵다. 관련 법 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선진국은 정부가 주도해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실험을 하고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한 데이터를 모으고 있다.
전자 주식을 만들고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개인 간 해킹 위험 없이 주식 거래가 가능하다. 그러나 한국에선 이 같은 거래를 감독할 법이 없다. 현재 법 체계에서 주식 거래는 증권사 등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블록체인 플랫폼을 활용해 주식 등을 거래하려면 중앙은행 등 당국이 이를 감독하고 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2020년 전자증권거래와 관련한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라고만 발표한 상태다.
블록체인을 IoT에 적용할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IoT와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냉장고가 사용자의 우유 소비량 데이터를 모아 미리 필요한 만큼의 우유를 알아서 사놓는 게 가능하다. 이를 위해선 ‘기계’인 냉장고가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모으는 것이 가능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개인정보보호법에서 개인 정보는 제한된 사람이나 기관만 수집할 수 있다.
외국 역시 법규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네거티브 규제(원칙 허용·예외 금지) 시스템인 국가는 법을 어길까 걱정할 필요 없이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시험해볼 수 있다. 미국 나스닥그룹은 블록체인 플랫폼 ‘링큐’를 통해 장외 주식과 채권을 거래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백승은 LG CNS 컨설팅위원은 “어느 국가가 먼저 시행착오를 거쳐 블록체인을 활용할 수 있는 법규를 만들어 주느냐에 따라 산업 발전 속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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