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석 리얼리티 리플렉션(RR) 최고전략책임자
KAIST-포항공대 '해킹' 유명
이후 보안·빅데이터분석 등 창업
두 곳은 글로벌 대기업에 매각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VR에 빠져
대화·움직임 알아듣는 SW 개발
이달중 '드럼연주 VR게임' 첫 선
[ 임원기 기자 ] 가상현실(VR)용 콘텐츠 개발 회사 리얼리티 리플렉션(RR)을 창업한 노정석 이사는 20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KAIST-포항공대 해킹 사건의 장본인이다. 이 일로 40일간 구치소에 수감되기까지 한 그는 이후 20년간 네 차례 창업에 나섰다. 이 중 청산된 젠터스를 제외한 세 개 회사 가운데 인젠은 상장됐고, 태터앤컴퍼니 파이브락스 등 두 곳은 글로벌 대기업에 매각됐다. 그가 최근 RR이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다섯 번째 창업에 도전했다.
◆길거리 캐스팅으로 창업팀 꾸려
노 이사는 “위대한 성취를 꿈꾸며 다시 도전에 나섰다”며 “세상에 정말 의미있는 일을 하기 위해선 또 다른 창업만이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가 본 미래는 ‘현실만큼 생생한 VR 세상’이다. 그는 2014년 네 번째 회사인 파이브락스를 글로벌 마케팅 회사인 탭조이에 매각하고 투자할 회사를 찾아다니고 있었다. 그때 그가 관심을 가진 것이 3차원(3D) 기술이다. ‘3D 기술이 있으면 머릿속에 있는 가상의 것을 현실로 구체화하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에서다. 그러다가 2014년 말 서울 코엑스 창조경제박람회에서 손우람 람테크놀로지 대표를 만났다. 당시 손 대표는 3D 스캐너 기술을 개발해 성형외과용 맞춤 보형물을 제작하고 있었다. 추운 겨울날 땀을 뻘뻘 흘리며 열정적으로 3D 기술에 대해 설명하는 손 대표에게 감동한 노 이사가 공동 창업을 제안했다. ‘길거리 캐스팅’으로 창업팀을 꾸린 것이다.
손 대표가 대표, 노 이사는 최고전략책임자(CSO)를 맡았다. 여기에 파이브락스 초기 멤버인 김준수 이사가 합류해 창업 멤버가 세 명으로 불었다. 지난해 4월 킵코코리아라는 법인을 설립하고 그해 말 사명을 RR로 바꿨다. ‘생생한 현실을 그대로 투영하는 가상현실’이 이 회사의 목표다.
◆반응하는 VR 인물 캐릭터 출시
창업 초기에만 해도 VR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아 이들의 사업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올해 들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투자자는 물론 일을 해보고 싶다거나 제휴하고 싶다며 회사를 찾아오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RR은 대화 시 반응하는 VR용 인물 캐릭터를 개발하고 있다. 가상현실에서도 사람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결국 ‘대화’와 ‘소통’이라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현재 VR 영상에 등장하는 대부분 캐릭터는 VR 기기를 쓰고 있는 사람에게 반응하지 않는다. 그저 눈앞에 등장한 객체일 뿐이다. RR이 개발한 VR 인물 캐릭터는 VR 기기를 사용하는 사람의 움직임에 반응한다. ‘안녕’ 하고 인사하면 손을 흔들며 ‘안녕’ 하고 화답한다. 다가가 대화하려고 하면 눈을 크게 뜨거나 반가운 표정을 짓는 등 사람처럼 반응한다. 이 작업을 위해 RR은 서울 성수동에 고화질 카메라 160대를 갖춘 스튜디오를 꾸몄다. 실제 사람의 움직임을 정교하게 찍어서 분석할수록 정교한 반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반응하는 VR 인물 캐릭터는 연내 출시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다양한 실험적인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다. 우선 이달 관객 앞에서 드럼을 연주하는 VR 음악 게임을 선보인다. 노 이사는 “VR에서도 눈으로 보기만 하는 게 아니라 현실처럼 대화하고 즐기고 소통하려는 욕구가 커지면서 관련 시장이 급팽창할 것”이라며 “그 때 이를 구현할 수 있는 최고의 기술을 보유한 회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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