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서별관 청문회' 증인 채택 정쟁만
야당 "최경환·안종범·홍기택 나와라" 강경
여당 "선 추경·후 청문회 합의 지켜라" 반발
'빈손 국회' 비난에 25일 처리 가능성도
[ 홍영식 / 유승호 기자 ]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지원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처리가 국회에서 발목 잡힌 것은 정치권의 고질적인 ‘연계 전략’ 때문이다. 추경안을 처리한 뒤 열기로 한 조선·해운업 부실 규명 청문회(서별관회의 청문회)의 증인 채택 문제를 두고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여야가 합의한 22일 국회 통과는 물 건너갈 전망이다.
야당은 일찌감치 추경안과 관련 없는 세월호 문제 등과 추경안을 연계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반기 실업 문제가 더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데도 추경이 정치적 흥정거리 대상이 된 것이다.
추경을 적기에 투입하지 못하면 구조조정 대상 지역인 경남 등에서만 5만여명의 실업자가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새정치’와 ‘협치’를 부르짖은 20대 국회가 법안 주고받기식 처리 전략이 횡행했던 19대 국회의 폐해를 답습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흥정거리 대상 된 추경안 처리
정부는 지난달 22일 11조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했다. 이에 따라 여야는 추경안을 지난 12일 국회에서 통과시키기로 했으나 수포로 돌아갔다. 야3당은 조선·해운업 청문회 개최뿐만 아니라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에 대한 중앙정부의 재정 투입,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활동 기간 연장 등 여덟 가지 사항을 추경안 처리 조건으로 내걸었다.
국회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회동을 하고 22일 추경안을 처리하기로 다시 합의했다. 야당이 선결 조건으로 내세운 8개 항 가운데 조선·해양 구조조정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이번에는 증인 채택 문제 등이 추경안 처리의 발목을 잡았다.
추경 처리시한 하루 전인 21일에도 여야는 줄다리기를 계속했다. 여당은 ‘선(先)추경, 후(後)청문회’ 원칙을 내세우며 추경 처리에 즉각 협조할 것을 야당에 요구했다. 야당은 추경에 앞서 최경환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 등을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할 것을 요구하며 물러서지 않았다.
새누리당 김도읍·더불어민주당 박완주·국민의당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밤늦게까지 추경 처리 날짜와 청문회 증인 채택을 놓고 협상했으나 합의에 실패했다. 여야는 증인 채택에서 끝내 결론을 내지 못했다.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는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등 일부 상임위원회가 소관 부처 추경 심사를 마치지 幣?점 등 절차적인 문제를 감안했을 때 22일 통과는 어렵다”고 말했다.
8월 임시국회가 오는 31일까지 열리는 만큼 극적으로 접점을 찾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25일께 본회의를 다시 소집하는 조건으로 증인채택 협상을 재개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증인 세 명 가운데 야당이 일부를 양보하고 추경안을 처리하는 방식이다.
19대 국회에서도 각 당은 자신들이 추진하는 법안을 주고받기식으로 처리하려는 전략을 펴면서 주요 법안 처리가 공전을 거듭했다. 야당은 국회선진화법을 무기로 연계 처리 카드를 단골로 내걸었다. 2013년엔 정부와 여당이 추진한 외국인투자촉진법과 야당의 상설특검법이 연계 처리 대상이 됐다. 2014년엔 새누리당의 정보통신관련법과 야당의 방송법 개정안, 2015년엔 새누리당의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야당의 사회적경제기본법 등이 맞교환 처리 대상에 올랐다.
◆협상력 못 보여주는 새누리
야당의 연계 전략에 새누리당의 대응은 무기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9대 국회의 여대야소 국면에서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야당에 끌려다닌 새누리당은 20대 국회 여소야대, 3당 체제라는 새로운 정치 환경에 걸맞은 보다 정교한 조정 능력과 협상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민주의 한 중진 의원은 “여당이 여소야대, 3당 체제에 걸맞게 야당이 어느 정도 수긍할 대안을 내놓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영식 선임기자/유승호 기자 yshong@hq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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