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을오토텍 노사분규가 제2의 쌍용자동차 사태로 번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 회사가 분규에 휩싸인 건 지난달 초부터다. 노조가 지난달 8일 공장을 불법 점거해 파업에 들어갔고 사측은 지난달 26일 관리직만으로라도 생산 설비를 돌리기 위해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노조는 이에 대해 지난달 31일 정문을 봉쇄하고 관리직 출입까지 막았다. 가동 중단이 한 달을 넘어서자 이 회사 박당희 사장이 10일 공장 일부라도 돌리게 해달라며 호소문까지 발표했지만, 노조는 이 요구를 일축하고 오히려 외부 세력들과 연계해 ‘투쟁’ 강도를 높이고 있다.
옛 만도기계의 상용차 공조사업부가 모체인 이 회사는 그동안에도 노사분규로 주인이 세 번이나 바뀌는 혼란을 겪었다. 최근만 해도 2014년 78시간, 지난해 203시간의 파업을 벌여 2년간 173억원의 영업손실이 있었다. 직원 평균연봉이 8400만원이나 되는 회사의 노조는 손실과 상관없이 과도한 임금인상을 요구해왔다. 올해 임단협에선 여기에다 노조의 신입사원 채용 거부권, 노조 불법행위에 대한 민형사 책임 및 징계책임 면제, 10년 고용보장, 경영상 해고시 3년차 평균 임금 지급 등 사측으로선 도저히 받을 수 없는 요구를 내놓아 사측을 자극하고 있다.
노조가 불법파업을 계속하고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외부 개입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이 사태를 보고받는 등 정치권이 주시하고 있고, 민주노총도 공권력 투입 반대 성명을 냈다. 여기에다 상급노조인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20~21일 ‘희망텐트’ 행사를 기획해 외부 노동계 인사들과 함께 ‘옥쇄파업’을 벌일 예정이라고 한다. 충남 아산의 중견 기업이 전국적인 관심을 받게된 것이다. 이 회사가 노동계의 의도대로 ‘해방구’가 된다면 그 고통은 고스란히 이 회사 670여 직원과 180여개 협력업체의 2만여 직원들에게 가게 된다. 노사의 감정싸움이 평범한 근로자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결과를 낳게 된 것이다.
갑을오토텍 사례야말로 노동개혁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고임금 정규직 노조의 기득권 지키기, 임금체계 개편과 대체근로 허용의 필요성, 산업현장의 준법정신 부재 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태다. 노동계가 약자일 때 만들어진 각종 노동관계법이 이미 노동귀족, 노동권력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노동계가 강해진 현실에서도 고쳐지기는커녕 더 강화되고 있다.
정부가 노동개혁을 한다며 노사정위원회를 두고, 되지도 않을 사회적 합의에 매달리는 사이, 현장에서 준법주의 자체가 흔들리는 사태를 초래했다. 정부는 노동개혁이란 구호를 외치지나 말았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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