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헛바퀴 도는 바이오 산학협력
미국·일본은 산·학·연 머리 맞대고 신약 개발 협업
업계 "우리도 바이오제약 공동연구소 만들자"
[ 조미현 기자 ] 류머티즘관절염 치료제 엔브렐은 해마다 76억달러(약 8조원)어치가 팔리는 블록버스터 바이오 신약이다.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의 대표 바이오 의약품인 엔브렐은 미국 하버드대 매사추세츠종합병원(MGH)이 개발해 산학협력에 성공한 사례다. 미국 일본 독일 등 해외에서는 대학과 연구소, 기업 간 산·학·연 협력으로 바이오 의약품 연구개발(R&D)에 성과를 내고 있다. 국내 사정은 딴판이다. 정부가 2조원이 넘는 예산을 바이오 R&D에 투입하고 있지만 사업화 성과는 미미하다. 산업계에서 산·학·연 공동 바이오제약 특화연구소 설립 등을 제안하고 나선 것은 시장친화적 연구 환경부터 조성하자는 취지에서다.
○효율성 떨어지는 국가 R&D
정부가 투입하는 바이오 분야 R&D 예산은 올해 2조2384억원에 이른다. 1994년 536억원에서 44배로 늘어났다. 하지만 실제 R&D가 상용화로 이어지는 사례는 많지 않다. 신약 개발 R&D 예산의 절반가량이 대학으로 흘러가지만 대학의 기술사업화 수익은 미미한 수준이다. 서울대가 한 해 벌어들이는 기술료 수입은 39억원(2012년 기준)에 그쳤다.
정부 출연 연구기관도 다르지 않다. 논문 건수는 크게 늘었지만 사업화 수익은 2년 새 반 토막이 났다. 생명공학연구원이 국내외에 게재한 논문은 2013년 608건에서 지난해 653건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연구원이 기술 이전으로 번 돈은 23억원에서 9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생명공학연구원의 전체 예산 1600억원 가운데 기술사업화 수익은 0.5%에 불과했다.
바이오 R&D의 또 다른 축인 대학병원도 마찬가지다. 국내 5대 대학병원이 1조원가량의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연구 수익 비중은 5%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정부는 2013년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10개 연구중심병원을 선정해 R&D 지원에 나섰다. 하지만 당초 계획한 1조원의 예산 중 지금까지 집행한 예산은 400여억원에 그치고 있다.
○해외에선 R&D 분업화 거센데
바이오 분야에서 산·학·연 협업은 세계적인 추세다. 차세대 항암제로 손꼽히는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옵디보는 혼조 다스쿠 일본 교토대 교수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개발한 약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이전받을 기술 발굴에 적극 나서는 것은 신약 개발 시간과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신약이 될 가능성이 큰 후보 물질을 발굴하는 것부터 동물실험 등 환자를 대상으로 효과를 테스트하는 임상시험 전단계까지 비용과 시간이 적잖게 소요되기 때문이다. 신약 하나를 개발하는 데 15년가량 걸리고, 5억달러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 국내에서는 최근에야 기술 이전 등을 통한 협업화 움직 湛?활발해지고 있다.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는 “바이오 기업이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기술을 이전받으면 초기 연구 단계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투자 비용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산·학·연 공동 연구소 세우자”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바이오업계는 18일 인천 송도 쉐라톤그랜드호텔에서 ‘바이오제약의 미래와 기회’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해 바이오제약특화지구 지정과 산·학·연 공동 바이오제약 연구소 설립을 제안했다. 제약·바이오 선진국처럼 대규모 클러스터를 구축해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바이오 R&D 시스템을 갖추자는 취지에서다.
해외 산학협력 사례를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미국 하버드대는 다국적 제약사 출신 교수를 영입해 신약 개발을 강화하고 있고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는 2014년부터 화이자 R&D센터를 유치해 바이오 신약 개발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일본 쓰쿠바대는 지난해 ‘혁신의료연구기관’을 설립해 산·학·연이 한 곳에 모여 신약을 개발하도록 했다. 주광수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대표는 “서울대 약대의 경우 29명의 전체 교수 중 기업 출신 교수는 한 명뿐”이라며 “학계와 산업계가 인력 교류를 활성화하는 등 산·학·연이 바이오산업 경쟁력 강화에 함께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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