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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벤처 쓸어담는 중국] 중국, K벤처 '입도선매'…"돈·사무실·홍보 다 해결해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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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지방정부 '통 큰 유혹'

상하이, IT벤처 대상 창업경진대회 개최
청두, 7만㎡ 규모 한·중 창업보육파크 조성
옌타이, 한국 스타트업 지원센터 만들어



[ 노경목 기자 ] 중국이 한국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입도선매(立稻先買)’에 나섰다. 상하이시 등 지방정부가 서울에서 창업경진대회를 여는 등 유망 스타트업을 뽑아 중국으로 유치하는 작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시는 오는 23일 서울 역삼동에 있는 창업보육센터 디캠프에서 한국 스타트업과 예비 창업자를 대상으로 창업경진대회를 연다. 예선을 통과한 팀은 중국 영국 싱가포르 대표와 함께 다음달 7일 상하이에서 열리는 국제정보기술(IT)혁신대회 한국 대표로 참가한다.

청두시도 7만㎡ 규모의 한·중 혁신창업보육파크를 조성하고 한국 스타트업 유치에 나섰다. 지난 6월에는 한국 스타트업 여덟 곳을 초청하기도 했다. 옌타이시도 시 중심가에 한국 스타트업 지원센터를 설립했다. 다음달 한국 스타트업 10곳을 초청해 입주 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사무실부터 투자까지 약속

상하이 국제 IT 혁신대회의 우승 상금은 5만위안(약 835만원)이다. 한국에서 열리는 스타트업 경진대회 우승 상금이 보통 수천만원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큰 돈은 아니다.

하지만 중국에서 사업할 수 있는 기회와 여건을 마련해 준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상하이시는 입상 기업에 상하이 시내에 업무 공간을 제공하고 기업 홍보도 대신해줄 예정이다. 중국 벤처캐피털(VC)로부터 투자받을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진다.

한국 예선전을 주관하는 박민지 지상베이스 대표는 “입상 기업에 대해선 중국 VC들이 적극 투자할 예정”이라며 “입상하지 못하더라도 예선 심사 과정을 중국 VC들이 지켜보기 때문에 투자 유치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달 한국 스타트업들을 대상으로 입주 설명회를 개최하는 옌타이시도 마찬가지다. 법률·외환·세무 등 중국 내 사업에 대한 다각적인 지원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중국 VC를 불러모아 따로 투자유치 설명회도 열 계획이다.

창업 초기에 지원받은 정책자금이 바닥나면 생존이 힘든 한국 스타트업에는 매력적이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대부분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꿈꾸는 것이 해외 진출”이라며 “창업 초기에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고 말했다.

◆“중국서 사업하면 中 스타트업”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의 해외 기업 유치전략이 바뀌고 있다고 평가했다. 1990년대는 투자 유치, 2000년 이후에는 기술 유치를 하던 단계를 지나 스타트업을 통한 인재 및 혁신을 유치하려 한다는 것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의 지만수 연구위坪?“인건비 상승 등으로 제조업 유치가 힘들어진 가운데 풍부한 중국 내 자본을 이용해 해외 스타트업을 적극 유치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창업자가 어느 나라 사람이든 초기에 투자해 중국으로 유치하면 기업 성장에 따른 과실을 차지할 수 있다는 중국식 실용주의 접근”이라고 분석했다.

해외 투자·기술 유치를 담당하던 지방정부 조직들도 스타트업 유치에 알맞게 바뀌고 있다. 한 중국 전문가는 “작년까지 제조업체 투자 유치를 하던 중국 지방공무원이 올해는 스타트업 유치 사업을 하고 있어 놀랐다”며 “이미 조직 개편까지 끝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국가기구도 마찬가지다. 이번 상하이 대회를 공동 주관하는 국가기술이전센터는 2010년 이전만 해도 대학에 있는 기술을 기업에 적용해 상용화하는 것이 주요 업무였다. 하지만 지금은 상하이 등 중국 주요 도시는 물론 미국 보스턴, 영국 런던, 싱가포르 등에 지역 센터를 두고 혁신적인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있다.

국가기술이전 동부센터의 옌밍펑(顔明峰) 사무국장은 “런던센터에서는 유럽, 싱가포르센터에서는 동남아시아의 각종 기술을 받아들이고 있다”며 “창업에는 영토상 제한이 무의미한 만큼 이번 국제 창업대회를 통해 기술을 교류하고 함께 국제화할 길을 찾고자 한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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