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오피스 - 이상훈 삼성전자 사장(경영지원실장)
대대적 조직문화 혁신으로 미래 준비
추진력 강한 전략통
회계·경영 섭렵한 재무전문가
미국서 복귀 후 전자계열사 담당
직설적 성격에 일처리 깔끔
매출 200조기업 살림꾼
모바일사업 성장세 꺾이며 주춤
원가구조 바꿔 실적 턴어라운드
조직문화 혁신에 집중
"스타트업처럼 창의력 끌어올려라"
직급·호칭·야근관행 혁신 주도
[ 김현석 기자 ] 2012년 삼성전자는 갤럭시S3의 글로벌 히트에 힘입어 초유의 실적을 냈다. 3분기 영업이익은 사상 처음 8조원을 넘었다. 하지만 그때 삼성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은 달라진 시장 분위기를 느꼈다. 전자계열사를 먹여 살리던 모바일사업이 정체될 기미를 보이기 시작해서다. 미래전략실은 그해 추석 연휴 내내 비상근무를 했다. 계열사 임원에겐 오전 6시30분까지 출근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해 말 사장단 인사에선 그룹 미래전략실 전략1팀장이었던 이상훈 사장이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로 발령 났다. 위기를 감지한 그룹이 구원투수로 전자계열사의 사업 전략과 재무를 맡았던 이 사장을 삼성전자에 직접 투입한 것이다.
이 사장은 1982년 삼성전자 입사 때부터 통신 경리과로 들어온 재무전략통이다. 1954년 경북 영천 태생으로 경북대사대부고, 경북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경리 관리 경영지원 회계 재무 등 CFO가 거쳐야 할 모든 과정을 밟은 그는 2001~2004년 미국 뉴욕 삼성전자 미국법인 근무 때 임원을 달았다. 2004년 국내로 복귀해 그룹(구조조정본부)에 자리 잡았다. 그때부터 2012년 말까지 8년간 그룹에서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전기 등 전자계열사의 전략과 재무 업무를 맡았다.
그는 성격이 직설적이지만, 합리적이고 강력한 추진력을 갖췄다는 얘기를 들어왔다. 일처리가 깔끔해 그룹 수뇌부의 신임이 두터웠던 그가 삼성전자를 맡게 된 것이다.
불길한 예감은 현실이 됐다. 2013년 3분기 삼성전자는 분기 영업이익 10조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급격한 내리막길을 탔다. 정확히 1년 뒤인 2014년 3분기에는 4조1000억원까지 추락했다. 매년 50~60%씩 수요가 늘던 스마트폰 시장이 보급률이 높아지고 교체 주기가 길어지면서 10~20% 수준으로 성장하는 데 그친 탓이다.
또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 중저가 스마트폰이 인기를 끌면서 프리미엄 스마트폰 위주로 성장해온 삼성은 더 큰 위기를 겪었다. “망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이 사장은 2014년 본격적인 수술에 들어갔다. 2020년 400조원 매출 달성을 목표로 삼은 삼성전자는 소프트웨어를 총괄하는 미디어솔루션센터(MSC), B2B(기업 간 거래)센터 등 각종 조직을 새로 꾸리고 글로벌마케팅실(GMO)을 확대하며 인력을 대폭 늘린 상태였다. 인건비를 포함한 판매관리비는 2011년 20조6000억원에서 2013년 25조8000억원으로 급속히 증가했다.
이를 매출 200조원의 합리적 목표에 맞게 줄이기 위한 조치가 먼저였다. 이 사장은 성과가 떨어지던 미디어솔루션센터를 해체했다. B2B센터도 각 사업부로 이관했다. 또 한 해 수억달러를 써온 GMO를 축소하고 꼭 필요한 예산만 쓰도록 바꿨다.
당시 GMO는 삼성을 ‘열망하는 브랜드’로 만들겠다는 등 당장 성과가 나오기보다 장기적으로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바꾸는 작업에 많은 돈을 쓰고 있었다. 이런 모호했던 캠페인은 모두 없앴다.
지난해 말엔 사장급 조직에서 부사장급 조직으로 조직을 줄였다. 반대도 많았다. 마케팅은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이 사장은 “우리는 장사꾼”이라며 필요한 비용은 계속 쓴다며 조직을 설득했다.
스포츠 후원도 대폭 줄였다. 이 사장이 관할하는 재무 인사 감사 법무 홍보 등은 회식비까지 줄였다. 이 덕분에 삼성전자가 지난해 상반기 지출한 판매관리비는 10조8900억원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12조6700억원)보다 1조7800억원(14%)이나 감소했다.
지난해 말에는 인력 구조조정 총대를 멨다. 전사적 인력 구조조정에 앞서 이 사장은 자신이 담당하는 지원부문 인력의 10%를 먼저 솎아냈다.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이 사장은 솔직담백하게 설득했다. 구조조정은 어려운 작업이다. 누구도 먼저 손대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사장은 이를 별다른 잡음 없이 해냈다.
이 사장이 구조조정에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강력한 지지도 있다. 그는 2001년부터 2004년 초까지 뉴욕에서 삼성전자 북미총괄 경영지원장, 해 保熾嬖?담당임원을 지냈다.
이런 강력한 구조조정은 삼성전자가 올해 턴어라운드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 삼성전자는 1분기 6조6000억원, 2분기에는 8조1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모두 시장 전망치를 1조원 이상 웃돈 것이다.
갤럭시S7도 잘 팔렸지만 원가 절감과 효율적 조직으로의 변화, 그리고 해외 영업조직 효율화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게 내부 평가다. 이 사장이 다른 회사 CFO와 다른 점이 있다면 해외 영업조직을 직접 담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현지 직원 채용 확대 등으로 현지화, 효율화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지난 3월 갤럭시S7이 출시될 때 각국 영업장에 수조를 마련해 방수 기능을 가진 S7을 담가놓으라고 지시한 사람도 이 사장이다.
그는 이제 삼성전자의 미래를 준비하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올 3월부터 ‘스타트업 문화 혁신’이란 이름으로 젊고 역동적인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벤치마킹해 대대적인 기업문화 혁신에 나섰다. 직급과 호칭, 회의와 보고·제안 방식, 야근 관행 등까지 일하는 문화를 바꿔 임직원의 창의력을 이끌어내겠다는 의도다.
삼성전자는 내년 3월부터 부장~사원 등 5단계로 이뤄진 직급을 CL(경력개발단계) 1~4 등 4단계로 단순화한다. 호칭도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처럼 수평적으로 ‘OOO님’으로 부른다. 창의적 아이디어가 쉽게 나오게 하기 위해서다. 올해 여름철부터는 임직원 편의를 위해 반바지도 착용하게 했다. 회의 효율화 등 임직원의 업무 몰입도를 높이고 글로벌 인재가 일하러 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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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년 경북 영천 출생 △1974년 경북대사대부고 졸업 △1982년 경북대 경제학 학사 △1995년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경영지원그룹장 △2001년 삼성전자 북미총괄(SEA) 경영지원팀장(상무보) △2002년 삼성전자 북미총괄 경영지원팀장(상무) △2005년 삼성기업구조조정본부 전무 △2007년 삼성전략기획실 전략지원팀 부사장 △2008년 삼성전자 사업지원팀장(부사장) △2010년 삼성전자 사업지원팀장(사장) △2010년 삼성미래전략실 전략1팀장(사장) △2012년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사장)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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