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만큼 흡수하는 해양생태계
흡수 속도 또한 최대 50배나 빨라
신기후체계 대응 위한 연구 강화를"
장만 < 해양환경관리공단 이사장 >
기후변화는 현실이다. 과거에는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내던 기후변화 폐해가 날로 현실화되고 있다. 지구 온난화는 바닷물 수면을 높여 육지 면적을 줄어들게 한다고 한다. 해수면 상승은 인류가 사는 땅덩어리가 줄어든다는 문제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강물과 지하수를 고갈시켜 물 부족 현상이 일어나게 한다. 또 농업 생산성을 크게 감소시키고 생태계 교란을 일으키는 등 그 손해를 추산할 수 없을 만큼 큰 재앙을 몰고 올 수 있다.
이런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전 세계가 의지를 결집해 ‘유엔기후변화협약’을 발효시키고 국가별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은 신기후체제에 따라 203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 대비 37%인 약 3억t을 감축해야 한다. 하지만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이 2012년 기준으로 약 6억8000만t인데 산림 등 육상에서 처리하는 온실가스 흡수량은 연간 약 4700만t에 불과하다. 온실가스 흡수원을 육상 산림에 국한하고 있어 그 효과에 한계가 있다.
이제는 바다로 눈을 돌려 온실가스 흡수원을 적극적으로 발굴해야 한다. 기존의 육상 중심 배출 흡수 통계체제에서 해양의 탄소 흡수 능력과 기후 조절 기능을 고려한 탄소 흡수량 확보 전략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해양수산 부문에서의 온실가스 감축은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해저면에 저장하는 기술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이제는 해양에서의 온실가스 흡수원을 발굴하고 배출 통계 및 저감량으로 인정받기 위한 연구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하며, 이는 한국의 신기후체제 대응을 위한 주도적인 방안이라고 볼 수 있다.
자연에 존재하는 탄소는 기능과 위치에 따라 다양하게 불린다. 흔히 기후변화에 영향을 주는 화석연료를 지칭하는 ‘블랙카본’, 육상 산림이 흡수하는 탄소를 ‘그린카본’이라고 일컫는다.
이와 함께 갯벌, 염생식물, 잘피 등 연안에 서식하는 식물과 퇴적물을 포함한 해양 생태계가 흡수하는 탄소를 ‘블루카본’이라고 한다. 한국 해양 생태계는 육상 산림보다 면적은 좁지만 탄소 흡수 총량은 비슷하다. 유엔과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도 해양 생태계가 육상 생태계보다 온실가스 흡수 속도가 최대 50배나 빠른 것으로 보고한 바 있으며 제1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회의에서 국제 연구기관과 단체들이 블루카본에 대한 사업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아직 블루카본이 국제협약에서 인정받은 것은 아니지만 곧 탄소 흡수원으로 국제사회에서 합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 점에서 2487㎢의 세계 5대 갯벌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은 비교적 풍부한 블루카본 자원 보유국으로서 높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갯벌의 연간 퇴적률을 평균 4㎝라고 가정한다면 매년 약 1억㎥ 규모의 퇴적물이 침적되고, 여기에 탄소농도(1~3% 범위)와 밀도(1.69g/㎤)를 가정하면 갯벌은 매년 수백만t의 탄소를 흡수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블루카본이 국가 온실가스 흡수원으로 승인받기 위해서는 먼저 다양한 연구와 협력을 통한 국제적 합의점을 도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블루카본 분포조사와 목록화를 통한 생산성 증대 기술을 확대하고 탄소 배출·흡수 알고리즘 개발 및 탄소 순환모델 연구와 함께 이를 통계화하는 기술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블루카본이 활성화된다면 한국은 수백만t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 국격에 맞는 국가적 책임을 다할 수 있으며 해양 부문 신규 기후변화 대응 신사업 개발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 부처는 물론 유관 기관에서도 분야별 저감 계획을 수립해 관리하고 있다. 온실가스 줄이기는 정부만의 몫은 아니다. 지속적인 정책 개발과 국민적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블루카본에 대한 관심이 절실하다.
장만 < 해양환경관리공단 이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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