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정 금융부 기자) 국민연금, 개인연금과 함께 노후 대비 안전판으로 불리는 퇴직연금을 가장 잘 굴린 은행은 농협은행인 것으로 조사됐다. 초저금리와 저성장 추세에서 금융회사의 퇴직연금 수익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지만 농협은행은 상대적으로 선방한 것으로 집계됐다. 상품위원회 운영을 통해 중(中)수익·가치주 위주의 금융상품 투자를 주로 한 영향이다.
올 상반기 말 기준으로 각종 수수료를 제외한 1년 실질 수익률이 1.68%로 국내 주요 은행 중 가장 높았다. 농협은행은 올 들어 퇴직연금 시장에서 성장률도 두드러졌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 국민, KEB하나, 우리, 농협, 기업 등 국내 주요 6개 은행의 최근 1년간 퇴직연금 수익률은 평균 1.58%다. 확정급여(DB)형과 확정기여(DC)형, 개인형 퇴직연금(IRP) 등 세 가지 퇴직연금 수익률을 가중 평균한 수치다. 퇴직연금 수익률이 높으면 노후에 받는 수령액이 더 많아져 은퇴 준비에 유리하다.
농협은행의 뒤를 이어 기업은행이 1.64%로 2위를 차지했다. KEB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이 각각 1.61%, 1.59%를 나타냈다. 우리은행은 1.57%로 신한은행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국민은행의 최근 1년간 퇴직연금 수익률은 1.38%에 그쳐 주요 은행 중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노후 생활과 직결되는 만큼 객관성 있는 금융상품 선정을 통해 불확실한 금융 환경 속에서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는 데 주력했다”며 “기준금리 인하 영향으로 주요 운용처의 수익률이 하락세이긴 하지만 꾸준히 퇴직연금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금융상품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퇴직 직전 3개월 평균 월급에 근속연수를 곱해 산정한 금액을 지급하는 DB형은 KEB하나은행이 강점을 나타냈다. 1.62%의 수익률로 6개 주요 은행 중 운용 성과가 가장 좋았다.
금융회사의 운용 수익률에 따라 퇴직 후 받는 돈이 달라지는 DC형은 기업은행의 수익률이 두드러졌다. 기업은행의 DC형 수익률은 1.87%로, DC형 수익률이 가장 낮은 국민은행(1.49%)에 비해 0.38%포인트 높았다.
개인이 직접 퇴직금을 운용하며, 본인 이름으로 된 퇴직연금 계좌에 퇴직금을 이체하거나 추가 적립해 절세 혜택을 누리면서 노후 준비를 할 수 있는 IRP는 1.53%의 수익률로 농협은행이 가장 높게 집계됐다.
올 상반기 말 기준 은행권 퇴직연금 사업자 중에서 적립금이 가장 많은 곳은 신한은행이다. 12조2500억원 가량으로 은행권 퇴직연금 시장에서 약 19%의 점유율을 나타냈다.
하지만 성장률이 가장 가파른 은행은 농협은행이다. 농협은행은 올 들어 퇴직연금 적립금이 3800억원 가량 늘었다. 전년 말 대비 6% 가량 증가해 주요 6개 은행 중 성장률이 가장 높았다. 6개 주요 은행 중에서 마이너스 성장률을 나타낸 곳은 국민은행이 유일했다. 올 들어 320억원 정도 빠져나가 은행권에서 16.9%의 점유율을 보이며, 1위 사업자인 신한은행 ?격차가 벌어졌다.
한국금융연구원 관계자는 “보험회사나 증권회사에 비해 은행권 퇴직연금 절대 수익률이 낮은 데다 갈수록 하락세를 피하기 어려워 수익률 제고를 위한 금융규제 완화 요구와 새로운 운용처 발굴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끝)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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