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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향기] 고인돌에서 우주센터까지…섬으로 떠나는 '시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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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자연, 그리고 미래가 있는 강화


[ 최병일 기자 ]
강화도는 무더위를 쫓을 해수욕장과 신나는 생태체험을 할 수 있는 갯벌을 품고 있다. 여기에 마음을 추스르기 좋은 사찰과 역사탐방을 위한 유적지, 미래 세대를 위한 옥토끼우주센터까지 있다. 볼거리가 많고 아이들을 위한 체험공간도 있는 강화로 이번 주말 나들이를 떠나보자.

쇄국과 개항 치열한 전투 벌인 곳

강화 석모도 보문사는 승려들의 목탁 소리가 끊어질 듯 애절하게 이어진다. 남해 보리암, 낙산사 홍련암과 함께 3대 관음도량으로 꼽히는 관음보살의 터전인 보문사는 사찰의 기왓장 하나에도 불자들의 간절한 염원이 배어 있다. 절은 바다를 내려다보며 바다의 일부가 돼 있고 바다 또한 절을 올려다보며 절의 일부가 됐다. 절 뒤편을 돌아 419개 계단을 올라가면 후덕하면서도 소박한 모습의 마애석불이 모습을 드러낸다.

강화도 해안선을 따라가다 보면 진, 보, 돈대라 불리는 조선시대 군사시설이 남아 있다. 병자호란의 치욕을 가슴에 새기던 효종이 북벌계획의 하나로 설치하기 시작해 숙종 때에 이르러 완성한 5진 7보 53돈대다. 그중 1871년(고종 8년) 신미양요 때 처절한 전투가 벌어진 곳이 초지진과 덕진진, 광성보다.

함선에서 쏘아대는 대포의 위력은 조선의 화포와는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대단했다. 초지진을 내준 이튿날 덕진진과 광성보도 함락됐다. 어재연 장군 휘하 1000여명의 조선 관군은 부상으로 오도 가도 못한 몇몇을 빼고 모두 전사했다. 신미양요 당시의 처참한 사진을 보고 있으면 절로 숙연해진다.

지금도 초지진의 성벽과 소나무에는 전투 당시 포탄 흔적이 남아 있다. 덕진진은 고려시대 강화해협을 지키는 외성의 요충지였고, 병인·신미양요 때 미국의 아세안 함대와 치열한 포격전을 치르기도 한 곳이다. 쇄국과 개항을 놓고 전투를 벌이던 곳이어서인지 초지진이나 광성보 등의 사적에서는 아직도 화약 냄새가 나는 듯하다.

수만년의 역사 품은 고인돌

강화도는 전설과 역사가 만나는 곳이다. 강화도는 작은 섬이지만 고인돌군락이 4군데나 있다. 교산리와 삼거리 고천리 오상리 등지에서 발견한 고인돌은 청동기시대 대표적인 무덤으로 세계 거석문화를 대표하는 문화유산이다. ‘돌을 고였다’ 하여 이름 붙은 고인돌은 흔히 지석묘라고도 한다. 강화도의 고인돌은 높이 2.6m에 돌 길이만 7.1m, 너비는 5.5m로 남한 최대를 자랑한다. 강화도의 고인돌 유적은 전남 화순, 전북 고창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강화 고인돌공원에 있는 강화역사박물관은 강화도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둘러볼 수 있는 곳이다. 강화역사박물관은 2010년 고인돌공원으로 확장 이전했다. 2개 층으로 구성된 강화역사박물관은 1층 매표소에서 바로 2층으로 올라가 선사시대를 먼저 둘러보고 다시 1층으로 내려와 고려, 조선시대를 차례로 만난다. 박물관 2층은 구석기부터 청동기에 이르는 선사시대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신나는 청동기시대 탐험과 강화의 열린 바닷길 이야기 등 강화의 역사를 체험해보고 익힐 수 있어 어린이에게 유익한 공간이다. 강화역사박물관 1층에서는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다양한 유물과 역사적 사건들을 차례로 만날 수 있다. 조선시대 말 서구 열강의 빈번한 침략으로 강화도가 철저하게 유린되는데 병인양요, 신미양요, 강화도조약 등 역사적 사건들이 이 시기에 일어났다.

옥토끼우주센터서 키우는 우주인의 꿈

강화도에 항쟁의 역사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래 세대를 위한 체험센터도 있다. 옥토끼우주센터는 우주에 관한 신지식의 장이 되고자 설립됐다. 아이에게도 쉽게 우주를 알리고, 어른은 동심으로 돌아가 어릴 적 호기심을 채울 수 있는 즐거운 테마공원이기도 하다.

옥토끼우주센터는 우주선을 닮은 것처럼 디자인됐다. 우주인의 생활 모습을 재현한 전시가 재미있다. 우주에서 잠을 자려면 몸을 고정해야 하고, 식량은 부패를 방지하고 부피를 줄이기 위해 냉동 건조된 음식물로 해결한다. 이 외에도 우주에서 대소변을 보는 방법, 샤워하는 방법 등을 알 수 있다.

거대한 공룡 모형을 숲 속에 있는 ‘공룡의 숲’에서는 아이들 울음보가 터지기도 한다. 높이 10m가 넘는 로봇 조형물에서는 가족이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실외에는 여러 주제의 공원, 사계절 썰매장 등을 조성해 가벼운 나들이에도 제격이다.

역사의 향취 속에서 빠져나와 바다를 바라봤다. 여름 뜨거운 햇살이 조금씩 순해지고, 멀리 낙조가 흐른다. 순간 태양은 오렌지빛을 토해내더니 인간의 고단함과 신산스러움을 모두 끌어안듯 바다로 몸을 던진다.

여행은 이제 종점에 왔다. 화도면 내리 장곶돈대가 지친 나그네의 고단한 여정을 말없이 위무해준다. 마지막 온기를 골고루 산화하고 지는 햇살 속으로 서럽도록 아름다운 강화의 모습들이 저물어갔다.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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