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현영 기자 ]
'서머랠리(summer rally)'를 이어오던 국내 증시가 전날 갭하락하면서 단기적으로 변곡점에 와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외국인이 20거래일 만에 순매도, 조정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증시전문가들은 "올 들어서 주식과 금값이 함께 오르고 있는 상황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금·은 값을 통해 증시의 변곡점을 예측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글로벌 불안 요인 탓에 금 값은 올해 들어서 30% 가까이 뛰었다. 여기에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지연으로 금 값과 은 값은 2년 만에 최고치 행진을 벌이고 있다.
김정환 미래에셋대우증권 기술적분석 연구원은 "국내 증시가 박스권 돌파 실패 이후 단기 조정신호를 받고 있다"면서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 모두 전날엔 투자자들의 심리적 지지선인 20일선을 이탈했다"라고 우려했다.
이어 "코스피에선 외국인들이 20거래일 만에 순매도로 돌아섰는데 다행히 순매도 금액(약 860억원) 자체가 크지 않았다"며 "하지만 외국인의 매매가 추세적으로 전환된 것인지 일시적인지 집중해서 지켜 종?할 때"라고 강조했다.
외국인과 기관의 순매도가 전날 코스피지수를 2000선 아래로 끌어내렸는데 차익매물이 집중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단기적으로 지수의 하단을 1960선까지 낮추고 조정 흐름에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국제 유가의 큰 폭 하락 역시 시장참여자들의 차익실현 욕구를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국제유가(WTI)는 이달 들어서 4개월여 만에 배럴당 40달러를 밑돌았다.
상황이 이러한 가운데 신흥국과 선진국 증시의 변곡점을 금·은 값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와 시선을 끌고 있다.
이수정 메리츠종금증권 글로벌전략팀 연구원은 "올해 주식과 금 가격이 함께 오르고 있다는 사실은 글로벌 증시가 '걱정의 벽'을 오르고 있음을 방증한다"면서 "금 투자의 속성은 '걱정' 그 자체인데 금과 주식이 함께 올라왔다면 둘의 고점 역시 동시에 나올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지난해 4분기(10~12월) 금 채굴량이 8년 만에 감소하는 등 공급이 줄어든 영향도 있지만 올해 금이 강세를 보인 가장 큰 이유는 투자 수요가 늘어나서다.
특히 일본 중앙은행(BOJ)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 이후 중앙은행에 대한 불신이 확대되면서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 금의 매력이 더욱 부각됐다고 이 연구원은 덧붙였다.
그렇다면 금 값은 언제 떨어질까. 올해 금 가격 폭등은 마이너스 실질 금리와 연관돼 있어서 명목 금리 상승 또는 인플레이션(물가오름세) 둔화로 실질 금리가 높아질 때 금 값이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이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명목 금리에서 물가 상승률을 제거한 실질 금리 추이는 금 가격과 역의 상관관계를 갖는다"며 "올 하반기는 실질 금리 회복 지연으로 금 강세장이 지속될 수 있는 환경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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