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 송형석 기자 ] “한마디로 야성(野性)이 부족해요. 자기들이 한국전력 같은 유틸리티(시설관리) 회사 직원들인 줄 안다니까요.”
증권사를 비롯해 주요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두루 거친 황영기 한국금융투자협회장(사진)은 증권업의 성장이 더딘 이유를 이렇게 요약했다. 위험이 따르는 업무를 기피하고 최대한 안전하게 이익을 낼 방법에 골몰하다 보니 주식 브로커리지(중개)와 같은 레드오션(경쟁이 치열하고 이익이 박한 분야)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정부가 공공성을 강조하면서 증권사의 발목을 잡기도 했지만 증권사들의 노력도 충분치 못했다”며 “지금이라도 도전적인 목표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적어도 아시아 최강인 일본 노무라증권을 10년 내에 따라잡겠다는 비전 정도는 세워야 해외시장에서 존재감이 있는 회사로 성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황 회장은 “증권사를 비롯한 금융 업종에서도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같은 글로벌 기업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무모하다는 비판을 들으면서도 사업을 키우는 배짱, 안되더라도 끝까지 되는 길을 찾겠다는 의지에서 제조업체들이 금융업체를 앞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업 전망이 나쁘지 않다는 점도 강조했다. 시중금리가 사상 최저치까지 떨어지면서 은행 예·적금 대신 증권사 금융투자상품을 찾는 투자자가 늘었고 증권사가 거간꾼 노릇을 하는 상장과 인수합병(M&A)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어 먹거리는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황 회장은 “세계를 무대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용감한 증권사가 얼마나 등장하느냐가 한국의 금융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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