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쇼트·메자닌 등 다양한 투자
최소 가입금액 1억…자산가 애용
삼성·미래에셋 등 '전통 강자'
올들어 2.5~4.2% 수익률 기록
자금 유입 이끄는 건 신생 운용사
안다, 1년 새 1100억 끌어모아
타임폴리오는 단숨에 업계 4위로
[ 김우섭 기자 ] 올해 재테크 시장을 이끌고 있는 상품은 한국형 헤지펀드다. 연초 증시 침체로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3조6000억원이 빠져나가는 가운데 한국형 헤지펀드에는 1조6000억원이 더 들어와 5조460억원 규모로 덩치가 커졌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설정액(투자자가 계좌에 넣은 원금)이 47% 늘어났다.
작년 10월 헤지펀드 운용사 설립 요건이 완화되면서 시장에 새로 들어온 신생 운용사들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설명이다. 내년엔 헤지펀드 시장이 7조원 규모를 넘어설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국형 헤지펀드는 사모펀드의 일종이다. 금융당국이 2011년 12월 운용 관련 규제를 완화하며 내세운 명칭이며 ‘전문투자형 사모펀드’라고도 부른다.
전통 강자 삼성·미래에셋
한국형 헤지펀드는 주식·채권·파생상품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해 연 7~10%의 꾸준한 수익을 추구한다. 49명 이하의 투자자만 받으며 최소 1억원 이상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주로 자산가들이 애용한다. 공모펀드가 처음 펀드 허가를 받을 당시 약속한 전략을 토대로 고객 자산을 운용하는 데 비해 사모펀드는 시장 환경 변화에 맞춰 다양한 전략을 펼칠 수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은 삼성·미래에셋·브레인자산운용 등이 중심인 ‘빅3 체제’였다. 국내 1호 헤지펀드인 삼성자산운용의 '삼성H클럽 에쿼티헤지 1호(설정액 2992억원)’는 2011년 말 출시 이후 44.07%의 누적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올 들어서도 4.23%의 수익률을 나타냈다.
이 펀드의 장점은 매월 약 1%의 수익률을 지켜내는 꾸준함에 있다. 롱쇼트(공매도 전략 병행), 메자닌(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에 투자) 등 10여 가지 전략을 한 데 섞는 하이브리드 투자 기법의 원조격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 1호 헤지펀드인 ‘미래에셋스마트Q토탈리턴’도 연초 이후 2.53%의 수익률을 올렸다. 설정 이후 수익률도 19.41%로 준수한 편이다. 전통 강자인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안정적인 수익률로 설정액을 늘려나가고 있다. 하지만 역사가 길다고 수익률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1세대 헤지펀드 중 대신자산운용의 ‘대신에버그린멀티하이브리드’와 ‘대신에버그린롱숏’은 연초 이후 20%대의 손실을 내고 있다.
떠오르는 안다·타임폴리오
최근 헤지펀드 시장을 주도하는 곳은 설립된 지 짧게는 4년, 길어도 8년여밖에 안 된 신생 자산운용사들이다. 우선 직원이 28명 湛?안다자산운용의 선전이 돋보인다. 대표 펀드인 ‘안다크루즈’(설정액 2945억원)에만 최근 1년 새 1143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연평균 10% 넘는 수익률을 등에 업고 고객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다. 브레인자산운용을 제치고 업계 3위(총 설정액 4685억원)로 도약했다. 박지홍 안다자산운용 헤지펀드 팀장은 “강한 확신이 들어도 한 자산에 펀드 비중의 2% 이상을 담지 않는 등 분산투자를 한다”며 “새로운 종목이나 투자처를 꾸준히 찾아 수익원을 다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 헤지펀드 시장에 합류한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은 두 달여 만에 3966억원을 끌어모으며 한국형 헤지펀드 업계 4위로 뛰어올랐다. 이 회사는 이미 재력가 사이에선 유명한 펀드 운용사였다. 2003년부터 6개월 단위로 수익금을 결산하는 ‘타임 사모펀드’는 지난 13년(26기) 동안 단 한 번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지 않았다. 2003년 약 100억원이던 투자금액도 2100억원으로 늘어났다. 현재 ‘타임폴리오 더타임Q’ 등 4개 헤지펀드는 계획한 금액이 다 모여 소프트클로징(잠정 판매중단)에 들어갔다.
연초 이후 대표 상품의 수익률이 7~9%대로 최고를 달리는 라임자산운용과 디에스자산운용은 각각 2012년, 2008년 설립됐다. 수익률이 가장 앞선 라임자산운용은 롱쇼트, 메자닌 등 10여 가지 투자 전략을 함께 쓴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는 “한국에서는 2년 주기로 가치주와 성장주가 번갈아 오르는 등 시장 트렌드가 빨리 바뀐다”며 “어느 한 가지 투자 전략만 고수해서는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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