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성물질 잡는 미생물 발견
갑상샘암 일으키는 요오드
안전한 광물로 바꿔 99% 제거
강·호수·바닷속 미세조류로
방사성물질 고체화 기술도 연구
"원전 폐기물 처리비용 절감"
[ 박근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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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1호기가 한 달간의 정비를 마치고 지난 30일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1977년 6월부터 발전을 시작한 고리 1호기는 설비 노후 등 문제로 내년 6월18일까지만 운영하고 이후 가동을 영구 중단할 예정이다. 특별한 사고가 없으면 운전을 멈추지 않는 원전의 특성을 감안할 때 이번 가동이 사실상 마지막 발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과학자들은 다음 과제로 수명을 다한 고리 1호기를 안전하게 해체할 해법을 찾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폐기물 처리에 들어갈 천문학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 박테리아와 조류(藻類) 같은 미생물을 활용하는 연구가 주목받고 있다.
◆요오드·우라늄 잡는 박테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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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임연구원은 경북 경주의 벤토나이트 점토층에서 발견된 박테리아인 ‘디설포스포로시누스(Desulfosporosinus)’ 등과 구리를 이용해 물에 함유된 방사성 요오드만 골라 단단한 결정으로 바꾸는 방법을 알아냈다. 산소가 희박한 땅속에 사는 이 박테리아는 황이나 철에 전자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하지만 구리를 만나면 방사성 요오드 이온과 잘 결합하는 구리이온으로 바꾸는 성질이 있다. 방사성 요오드와 구리 이온이 결합하면서 방사능이 없는 안정된 광물이 되는 원리다.
이 책임연구원은 “물에 포함된 방사성 요오드를 99% 광물로 바꿀 수 있다”며 “원전 사고뿐 아니라 해체과정에서 발생할 방사성 물질을 안전하게 처리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물속 조류로 방사성 스트론튬 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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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론튬 90은 반감기가 30년이나 되고, 칼슘과 화학적 특성이나 원자 크기가 비슷하다. 사람 몸이 스트론튬을 칼슘으로 오인해 뼈나 골수, 혈액에 쌓이면 골수암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이 방법을 활용하면 물속에 함유된 스트론튬을 90%까지 광물로 바꿀 수 있다. 이 책임연구원은 “지금까지 국내외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박테리아는 우라늄과 요오드를 분리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조류는 스트론튬을 분리하는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원전에서 나오는 폐기물은 드럼통에 넣어 콘크리트로 굳힌 뒤 바닷속 동굴에 넣거나 지하 저장시설에 넣은 방법이 주로 고려되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방사성 물질이 지하수나 바닷물에 스며들 수 있고 처분 방식과 처분장 건설비가 많이 드는 게 단점으로 지적된다. 과학자들은 박테리아와 조류 같은 미생물을 이용하면 방사성 물질을 안전하고 싸게 처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처분 공간이나 과정을 줄일 수 있어 비용도 낮출 수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추산한 고리 1호기 해체 비용은 약 1조원으로 추산된다. 오염된 원자로에서 방사능을 제거하고 고준위 폐기물을 처리하는 데 막대한 예산이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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