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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팀 리포트] 치마 짧아진 여름…출퇴근 환승역의 '검은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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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성범죄 여름철에 활개
치맛속 몰래카메라·성추행 등 올해 6~7월 400여건 발생 추정

1~6월 성범죄 분석해보니
홍대입구·고속터미널역 등서 오후 6~8시에 가장 많이 발생

경찰 '수상한 사람들' 밀착 감시
수치심·보복 우려에 신고 꺼려…잠복수사·CCTV로 검거 박차



[ 마지혜 기자 ]
지난 13일 오전 8시35분 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 전동차가 멈춰서자 수십명의 승객이 쏟아져나왔다. 출구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에 오른 한 여성의 뒤로 40대 남성 가모씨가 섰다. 가씨는 왼손에 들고 있던 검정색 손가방을 자신의 앞쪽으로 옮기더니 가방 모서리를 앞선 여성의 치맛자락 밑으로 슬며시 가져다 댔다.

이 같은 광경은 에스컬레이터 끝에서 사복 차림으로 잠복근무하던 지하철경찰대원에게 포착됐다. 가씨의 가방 모서리에는 손톱만 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 검은색 스마트폰의 후면 카메라 렌즈가 구멍에 맞춰진 채 1분27초간 여성의 치마 속을 촬영 중이었다. 경찰은 가씨를 현장에서 체포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폭염 속 활개 치는 지하철 성범죄자들

무더위로 여성들의 옷차림이 가벼痴測?여름철을 맞아 지하철에서 몰래카메라(몰카)와 추행 등 성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29일 서울지하철경찰대에 따르면 서울메트로 서울도시철도공사 등 5개사가 총 17개 노선을 운영하는 서울지하철에서 발생한 성범죄는 △4월 162건 △5월 186건 △지난달 192건 등으로 줄곧 늘어나는 추세다.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과 추행이 지하철 성범죄의 절반씩을 차지했다. 이달에는 200건 이상이 발생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통계를 보면 연중 가장 많은 15.4%(280건)의 지하철 성범죄(서울)가 7월에 발생했다. 이어 5월(14.3%), 6월(13.5%), 8월(10.9%) 순이었다.

지하철 성범죄는 이용자가 많은 출퇴근 시간, 특히 승객이 몰리는 주요 환승역에서 많이 일어난다. 지난 1~6월 서울지하철에서 발생한 성범죄 767건을 분석해보면 홍대입구(9.6%), 고속터미널(9.1%), 신도림(7.8%), 사당(5.3%), 강남(5.2%) 등이 성범죄가 잦은 5대 역으로 나타났다. 퇴근하는 직장인이 많은 오후 6~8시에 가장 많은 197건(25.7%)이 발생했다. 출근 시간대인 오전 8~10시(180건, 23.5%)가 다음이었다.

여름철 특히 활개 치는 성범죄는 몰카다. 카메라, 촬영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 등으로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를 촬영하거나 촬영물을 외부에 유출하는 범죄 행위다. 적발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중범죄지만 사진, 동영상을 간편하게 촬영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 보편화하면서 많은 사람이 휴대폰을 범행 도구로 삼고 있다. 지하철경찰대에 따르면 몰카범의 90%가량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범행을 저지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경찰 관계자는 “지갑형 휴대폰케이스 커버로 화면을 덮거나 지갑 등으로 화면을 가려 몰카를 숨기려 하더라도 서 있는 자세나 주위를 살피는 행태 등을 보면 범죄자는 단번에 눈에 띈다”고 말했다. 몰카는 뒤돌아 서 있는 여성에게 몰래 다가가 촬영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피해자가 인지해 신고하는 일이 드물다. 대부분의 몰카범이 사복 차림으로 역 곳곳을 감시하는 지하철경찰대원에게 붙잡힌다.

바탕화면의 특정 부분을 터치하면 곧장 촬영을 시작하고 카메라가 비추는 화면을 액정에 띄우지 않는 ‘몰카 앱(응용프로그램)’도 성범죄에 악용되고 있다. 자신이 직접 개발한 몰카앱으로 지하철 객실 안에서 치마를 입은 여성의 다리 등을 몰래 촬영해 음란사이트 게시판에 올린 컴퓨터 프로그래머 이모씨(29)는 지난해 12월 수원지방법원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성범죄자 10명 중 9명 붙잡혀

지하철 성범죄의 절반가량은 ‘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이 차지한다. 버스, 지하철 등에서 다른 사람의 신체를 부적절하게 접촉해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행위다. 성폭력특별법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 범죄다. 신상정보 등록 및 공개 대상이 되기 때문에 가해 혐의를 받는 사람들은 필사적으로 “고의는 없었는데 우연히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하는 일이 많다.

하지만 경찰의 대응은 강경하다. 정병권 서울지하철경찰대장은 “애초 추행 의도를 갖고 범행 대상에 접근하는 사람도 있고 붐비는 지하철에서 우연히 손이나 신체 일부가 여성의 몸에 닿으면서 욕구가 생겨 ‘만져도 모르겠지’ 하는 생각에 오히려 더 적극적으?접촉하는 사람도 있다”며 “어느 시점에서 고의를 품었는지의 차이일 뿐 모두 고의성이 있는 범죄 행위”라고 설명했다.

지하철경찰대에 따르면 만원 지하철 안에서 추행당한 여성 중 상당수는 수치심이나 보복 우려 등으로 현장에서 즉각 항의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대원들이 ‘직접 검거’에 집중한다. 사복을 입은 지하철경찰대원은 승강장 등에 잠복하며 행동이 수상한 사람에게 촉각을 곤두세운다. 전동차가 도착했는데도 타지 않고 그냥 보내거나 공연히 승강장의 여러 출입문 앞을 왔다갔다하며 범행 대상을 물색하다가 특정 여성을 뒤따라 타는 사람을 보면 뒤쫓아가면서 밀착 감시한다. 정복 차림으로 전동차 안을 순찰하기도 한다.

가해자가 도망쳐도 추적이 가능하다. 서울지하철경찰대는 지난 12일 3호선 전동차 안에서 40대 여성의 다리 사이로 손을 넣어 만지고 엉덩이를 움켜쥐는 등 추행을 하고 사라진 50대 남성 주모씨를 22일 검거했다. 경찰은 피해자 신고를 토대로 주씨의 인상착의를 파악한 뒤 폐쇄회로TV(CCTV)를 열람해 승·하차 역을 찾아냈다. 교통카드 번호를 추적해 주씨 신상을 알아낸 경찰은 그가 이용하는 주요 역들을 확인해 잠복하다 사건 발생 10일 만에 붙잡았다. 서울지하철경찰대의 성범죄자 검거율은 해마다 90%를 넘는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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