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는 국가안보 위한 결단
권리 주장하되 괴담 휩쓸리지 말고
냉정하고 성숙한 판단 잃지 말아야
김태우 < 건양대 교수·전 통일연구원장 >
지난 8일 국방부가 사드(THAAD·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장소를 경북 성주로 발표한 이래 이런저런 걱정으로 밤낮을 보내는 성주 군민들에게 먼저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 상황에서 사드 배치를 지지하는 입장에서 언급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알릴 것을 알리는 게 전문가 소임이라는 생각에서 성주 군민에게 고언(苦言)을 드리고자 한다.
우선 국방부의 갑작스러운 발표에 성주 군민이 당혹해 하는 것은 당연하다. 정부가 미숙하게 처리한 대목이 있었음도 부인하기 어렵다. 성주 군민에게는 성주가 왜 최적지인지 설명해 줄 것을 정부에 요구할 권리가 있으며 환경, 건강, 농작물 등에 대한 무해성(無害性)을 보장해 줄 것과 피해발생 시 충분한 보상을 요구하는 것 역시 성주 군민의 권리다.
그럼에도 하지 않아야 할 것들이 있다. 첫째, 정당한 요구를 하더라도 폭력적인 방법은 피해야 한다. 정치 투쟁화와 폭력화를 원하는 ‘외부 원정세력’의 개입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 원정세력 湧?2003년 평택 미군기지 반대, 2005년 밀양 송전탑 반대, 2008년 광우병 사태, 2012년 해군 제주기지 반대 등 시위 현장마다 등장해 ‘반(反)국가적 폭력사태’를 조장했다. 이런 의미에서 지난 20일 상경 시위에서 성주 군민 스스로 외부 세력과의 단절을 의미하는 파란 리본을 달고 평화적으로 시위한 것은 고무적이었다.
둘째, 괴담 수준의 주장들이 문제의 본질을 흐리도록 방치한다면 성주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사드 전자파는 ‘안전관리에 문제가 없는 수준’임이 과학적으로 증명됐다. 국방부가 사전에 진실을 알릴 수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 성주 군민이 괴담을 과신해 문제가 없는 성주 참외를 문제가 있는 참외라고 주장해 스스로 판로를 막는다면 이는 참으로 딱한 일이 되고 만다.
셋째, 사드 배치의 국가적 필요성을 논하는 것과 내 지역에 배치되는 것에 우려를 표출하는 것은 구분돼야 한다. 사드 배치는 날로 엄중해지는 북핵으로부터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그리고 안보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동맹의 건강성을 관리하는 차원에서 정부가 결단한 것이다. 특정 지역이 지역적인 이유로 사드 자체를 반대하고 나서는 것은 범위를 넘어서는 일이다. 그것은 틈만 나면 나라를 뒤흔들고자 기도하는 반한(反韓)·종북·친북 세력들이 노리는 목표다.
마지막으로 “왜 사전에 협의하지 않았는가”, “왜 우리가 총알받이가 돼야 하는가” 등의 주장도 바람직하지 않다. 북한군의 기습 남침으로 나라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군(軍)은 상륙 작전을 사전에 인천 주민에게 알리고 협의해야 했을까. 군사시설을 가진 모든 지역이 ‘총알받이 주장’을 들고 나온다면 한국이 군대를 유지할 수 있을까. 우리 모두 특정 지역의 주민이기에 앞서 대한민국 국민이란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지금 국민은 성주 군민으로부터 요구해야 할 것과 요구하지 않아야 할 것을 구분하는 분별력, 원정세력을 배척하는 성숙함, 평화적 방법을 고수하는 냉정함을 기대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 시위문화의 새로운 전통을 세워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성주가 사드 배치로 인해 경제, 환경, 보건 등에서 손실을 입는 것은 국민이 바라는 바가 아니다.
김태우 < 건양대 교수·전 통일연구원장 defensektw@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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