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경제재정연구포럼서 '쓴소리' 던진 한은 총재
마이너스 금리 처방에도 세계 각국 저성장 지속
기업활동 전념할 수 있게 정부와 국회가 앞장서 경제적 비효율 걷어내야
'제로금리' 만병통치약 안돼…적극적 재정확대 필요
[ 심성미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국회의원들 앞에서 ‘쓴소리’를 했다. 재정과 통화정책으로는 저성장 경제구조를 탈피하는 데 한계가 있고, 결국 구조개혁만이 해법이지만 정치권이 이를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조개혁은 정치적 결정”
이 총재는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경제재정연구포럼 초청 강연에서 “한국 경제의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있으며 이는 저출산·고령화, 한계기업 증가, 약화된 제조업 성장동력 등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다”며 구조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금융위기 이후 세계 각국이 ‘확장적 재정정책→제로(0) 금리→마이너스 금리’라는 긴급 처방을 했지만 큰 효과가 없었다”며 “이후 ‘구조개혁’이라는 카드를 내놨지만 대부분 나라에서 부진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구조개혁이 결국 정치적 결정에 따라 이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채익 새누리당 의원이 “구조개혁의 주체는 누가 돼야 하냐”고 묻자 이 총재는 머뭇거리지 않고 “정부와 국회”라고 답했다. 그는 “개혁 실현은 정부가 하더라도 당연히 국회 도움이 뒷받침돼야 이뤄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규제완화’를 가장 시급한 구조개혁 과제로 꼽았다. 그는 “구조개혁이라는 건 경제적 비효율성을 걷어내는 것”이라며 “성장을 앞에서 끌고 가는 주체는 기업인 만큼 기업가가 기업 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적극적 재정정책 필요”
이 총재는 이날 ‘정부 재정정책의 역할론’에 대해서도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세계 주요국의 재정 상태를 비교한 국제통화기금(IMF) 자료를 소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한국의 재정 여력 추정치는 241.1%로, 주요 11개국 가운데 노르웨이(246.0%) 다음으로 높아 2위를 차지했다. 독일,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이 뒤를 이었다.
국가 재정 여력은 한 국가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감당할 수 있는 채무비율 최대치에서 현재 GDP 대비 채무비율을 뺀 수치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도 열심히 해야겠지만 재정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며 재정 여력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총재는 ‘제로 금리’에 대해서는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그는 “통화정책은 근원적 문제를 해결할 시간을 벌어줄 수단이지 만병 통치약이 아니다”며 “기축통화국이 아닌 한국은 자본 유출 위험도를 고려해야 하며 향후 추진될 구조조정을 뒷받침하기 위한 통화정책 여력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완화적 통화정책만으로는 경기 부양에 한계가 있는 만큼 추가경정예산 등 정부와 국회의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주도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은 관계자는 이날 이 총재 발언에 대해 “세계적으로 통화정책 효과에 대한 고민이 큰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여력이 있는 재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라며 “정치적 이해가 엇갈리는 대형 투자를 할 수 없다 보니 지역별로 효과가 불분명한 사업들에 돈이 많이 투입되고 있는데 정치권에서 잘 정리해 예산을 효율적으로 쓰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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