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F서 '북핵·사드 배치' 외교전
한·미 "사드, 방위력 향상 기여…중국과 소통도 강화하겠다"
중국 왕이 "한국, 신뢰에 해 끼쳐"…윤병세 "북핵이 원인" 응수
[ 박상익 기자 ] 한국과 미국 외교 수장이 사드(THAAD·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로 중국과 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협력을 과시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열리는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의 국립컨벤션센터에서 25일 양자회담을 했다. 케리 장관은 회담에서 “한·미는 북한의 무기 개발이라는 도전과 무책임한 핵 활동, 역내 불안정이라는 큰 문제를 안고 있다”며 공동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윤 장관도 “우리는 북한 등의 핵심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우리의 동맹이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하며 깊고 넓다는 매우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미 장관은 주한미군에 배치되는 사드가 한·미 연합방위력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고 전했다. 이어 “양국이 중국과 소통을 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런 기회가 더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과 중국도 이전과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왕이 중국 외교부 장관은 이날 비엔티안에서 열린 북·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회의장 밖까지 나와 이용호 북한 외무상을 맞는 등 친밀한 모습을 보였다. 중국이 사드 문제를 빌미로 한국·미국과 갈등을 빚으면서 북핵 공조에 균열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왕 장관은 앞서 한국 정부를 상대로 압박 외교를 펼쳤다. 지난 24일 비엔티안 돈찬팰리스호텔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그는 “우리 사이의 식지 않은 관계를 수호하기 위해 한국이 어떤 실질적 행동을 취할지에 대해 들어보려 한다”고 말했다.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에 대해 윤 장관은 “그동안 양국이 깊은 신뢰의 뿌리를 심어왔기 때문에 극복하지 못할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추신지불 전초제근(抽薪止沸 剪草除根·장작불을 빼면 물을 식힐 수 있고 풀을 없애려면 뿌리를 뽑아야 한다)’이라는 고사성어를 인용하면서 사드 배치 원인이 북한 핵에 있음을 지적했다. 동북아 평화를 위해서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없애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북·중 양자회담 테이블에서는 두 사람이 웃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북·중 양국이 ARF에서 외교장관 회담을 한 것은 2년 만으로 북·중 관계가 냉각된 지난해에는 외교장관 회담이 열리지 않았다.
회담에서 왕 장관은 지난 5월 제7차 북한 노동당 대회 이후 외무상에 오른 이용호의 취임을 축하하면서 “중·조(북한) 관계발전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할 용의가 있다. 공동 관심사에 대해 깊이 있는 의견을 교환하려 한다”고 말했다.
회담이 끝난 뒤 자신을 북한 대표단 대변인으로 소개한 북측 관계자는 “이번 접촉은 두 나라 사이 정상적 의사소통의 일환으로 진행된 것”이라며 “두 나라 외무상들이 조·중 쌍무관계 발전 문제를 토의했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이날 오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을 만나 회담을 열고 지난해 말 타결한 일본군 위안부 합의의 충실한 이행을 위한 협력을 지속하기로 했다. 윤 장관은 오는 28일 출범하는 위안부 지원재단(화해와 치유재단) 설립 준비 상황을 설명했고 양국 장관은 재단의 원활한 출범을 위해 긴밀히 협력할 것을 다짐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의 재단 지원금 10억엔 출연 문제와 관련, “재단의 원활한 출범과 조속한 사업 시행을 위해 긴밀히 협의하기로 했고 국장급 협의도 하자고 했다”며 “그 이상의 구체적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없었다”고 했다.
윤 장관과 이용호는 이날 외교장관 회담이 열린 국립컨벤션센터에서 마주쳤다. 오후 5시께 1층 휴게실에 있던 윤 장관은 회담 참석을 위해 나가던 이용호 일행과 만나 악수했으나 얘기를 나누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한경+ 구독신청]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