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발행 1000억 모집에 5700억 참여
엔씨소프트·만도·한일시멘트도 5배 수요 모아
이 기사는 07월22일(11:01)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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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제약업체인 녹십자의 회사채가 올 상반기 수요예측에서 가장 뜨거운 반응을 불러모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약업종 전반의 재무건전성에 대한 인식 개선과 더불어 창사 후 첫 공모 회사채라는 희소가치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끈 결과다.
녹십자는 지난 5월 1000억원어치 회사채(40회)를 발행하기 위한 수요예측에서 모두 5700억원의 기관투자가 수요를 모았다. 한국경제신문 자본시장 전문매체인 마켓인사이트가 집계한 올 상반기 전체 94회차(트랜치 합산 기준) 회사채 가운데 최고 경쟁률이다.
만기별로 3년물(40-1회)은 500억원 모집에 4100억원, 5년물(40-2회)은 500억원 모집에 1600억원이 몰렸다. 작년 매출액 기준 국내 3위 제약업체인 녹십자는 투자자들의 관심을 반영해 당초 계획보다 많은 1500억원어치(3년 600억원, 5년 900억원) 회사채를 지난 5월26일 발행했다. 발행 주관은 NH투자증권이 단독으로 맡았다.
기관투자가들은 국내 제약업체들의 신인도가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채권 매수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5월 제약업체의 신용등급을 최고 ‘A+’로 제한한 ‘등급상한(rating ceiling)’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한미약품의 대규모 기술수출 성공과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항체의약품 복제약) ‘램시마’의 매출 본격화 등 연구개발(R&D) 성과의 상업화 성공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1967년 창사 이래 첫 발행이라는 점도 흥미를 끈 것으로 보인다. 제약사 가운데 가장 높은 ‘AA-(안정적)’ 신용등급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투자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리니지’ 시리즈로 유명한 게임업체인 엔씨소프트 회사채도 창사 후 첫 수요예측에서 대박을 터뜨렸다. 1000억원 모집에 5.2배의 기관 수요를 모아 녹십자에 이어 상반기 흥행 2위에 올랐다. 이밖에 자동차 부품업체인 만도(5.1 대 1), 시멘트업체인 한일시멘트(5.0 대 1), 도시가스업체인 예스코(5.0 대 1) 등도 5배 이상의 수요를 모으며 인기를 과시했다.
반대로 민자발전회사인 GS이앤알은 올 상반기 유일한 수요예측 참여 ‘0’ 회사채로 자존심을 구겼다. 전력시장 공급과잉에 따른 전력판매가격(SMP) 하락 탓이다. 지난 1분기 매출액이 226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9% 줄고 영업이익도 155억원을 30.3% 감소했다. GS이피에스도 1500억원 모 煊?600억원어치 수요만 참여해 채권평가사 평가금리(민평금리)보다 높은 수준에서 발행금리를 확정해야 했다.
국내 최대 국적항공사인 대한항공은 연 5%에 육박하는 금리로 공모회사채 두 건을 발행했으나 모두 기관투자가 참여가 저조했다. 신용등급이 ‘BBB+(부정적)’ 로 2013년과 작년 두 차례에 걸쳐 떨어지면서 재무안정성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탓이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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