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7월20일(16:50)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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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PEF) 운용사 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가 국내 주방용품업계 1위 업체인 해피콜을 인수한다. 해피콜을 글로벌 브랜드로 키워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스트브릿지는 공동투자자와 컨소시엄을 만들어 이르면 다음달 중순 해피콜 지분 100%를 1800억원에 인수할 예정이다. 이스트브릿지 컨소시엄이 910억원, 현 최대주주인 이현삼 해피콜 회장이 100억원을 이스트브릿지가 해피콜 인수를 위해 세운 특수목적회사(SPC)에 출자하면 이 SPC가 해피콜을 인수하는 구조다. 인수가 마무리되면 이스트브릿지 컨소시엄이 해피콜 지분 91%, 이 회장이 9%를 보유할 전망이다. 나머지 850억원은 인수금융(기업 인수용 대출)을 통해 조달한다. 지분 인수에 드는 180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60억원은 금융비용 등으로 쓴다.
1999년 6월 이 회장이 설립한 해피콜은 주방용품을 제조·판매하는 회사다. 붕어빵 기계처럼 위아래로 접히는 프라이팬인 ‘양면 압력팬’이 대표제품이다. 이 회장은 주부들이 생선을 구울 때 옷에 기름이 튀거나 화상을 입는 등 불편을 겪는다는데서 착안해 2년간 연구개발을 거쳐 양면 압력팬을 2001년 출시했다. 주부들 사이에서 조리가 쉽고 품질이 좋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프랑스 테팔, 독일 휘슬러 등 해외 브랜드가 장악하던 주방용품 업계에서 입지를 넓혔다.
해피콜은 양면 압력팬을 출시한 첫 해부터 홈쇼핑을 중심으로 제품을 판매했다. 2002년에는 한 홈쇼핑에서 1시간만에 양면 압력팬 1만2800개를 팔아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국내 홈쇼핑에서 내보낸 해피콜 상품 방송을 합치면 한 해에 500번이 넘는다. 매년 해피콜 매출의 60% 이상이 홈쇼핑을 통해 나올 정도다. IB업계 관계자는 “해피콜 제품은 목표 판매금액에 비해 실제 얼마가 판매되었는지를 나타내는 판매효율이 90%에 이른다”며 “홈쇼핑에서 앞다퉈 편성하려하기 때문에 홈쇼핑측에 지급하는 수수료도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해피콜은 홈쇼핑에서 쌓은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2010년부터 국내 주방용품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매출 1321억원, 당기순이익은 44억원을 거뒀다. 회사는 올해 매출 2300억원, 당기순이익은 139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해피콜은 2007년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빚이 쌓여 공장을 매각하는 등 어려움을 겪은 뒤부터 ‘무차입 경영’을 추구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은 19.4%로 재무구조가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6월말 기준 이현삼 해피콜 사장이 지분 95.1%를 소유하고 있다.
이스트브릿지는 해피콜이 국내에서는 물론 중국 등 해외 시장에서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고 인수를 결정했다. 지난해 237억원이었던 해외 시장 매출을 2020년까지 1100억원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다. 해피콜 역시 해외 시장을 효율적으로 공략하려면 체계적인 경영기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스트브릿지는 해피콜 인수 후 경쟁업체의 해외시장 개척 사례 등을 검토해 해외 진출전략을 세울 계획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국내 매출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지만 해외 매출은 답보 상태”라며 “국가별 맞춤 전략이 아니라 국내와 동일한 전략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하려다보니 성장이 느렸다”고 분석했다. 해피콜의 해외 매출은 수 년 전부터 230억원대에 정체된 상태다.
이스트브릿지는 2011년 설립한 PEF 운용사로 2개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전 스틱인베스트먼트 대표를 지낸 임정강 대표가 세웠다. 임 대표는 중동 금융시장 전문가로 펀드 투자금을 대부분 중동계에서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1호 펀드는 11개 회사에 투자해 네패스디스플레이와 유지인트 두 곳은 투자금 회수(엑시트)를 끝냈다. 지난해 비에스이홀딩스와 이노웨이브를 인수했고 올 초 2호 펀드를 통해 아웃도어 제조업체인 유니코글로벌을 인수하는 등 경영권 인수(바이아웃) 투자를 늘리고 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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