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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은 왜 120g? 소주는 왜 360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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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량의 경제학

100g 삼양라면 추격위해
농심, 120g 출시…대세로

소주, 옛 2홉 단위만 변경
컵커피는 커지는 추세



[ 노정동 기자 ]
1965년 라면 출시를 앞두고 롯데공업(현 농심) 직원들에겐 큰 과제가 있었다. ‘라면=삼양라면’이라는 국내 소비자들의 인식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롯데공업은 그해 중량을 120g으로 늘린 ‘롯데라면’을 내놨다. 삼양라면은 1963년 국내 최초로 라면을 출시하면서 일본 묘조식품으로부터 기술을 전수받았기 때문에 일본에서 대세이던 100g을 그대로 가져왔다. 1970년 삼양식품도 중량을 20g 늘리며 맞대응했다. 1988년 라면시장에 진출한 오뚜기도 120g짜리 진라면을 내놨다.

◆용량·규격 ‘룰’ 정하는 1위 업체

식품 용량과 규격은 1위 업체의 것을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 후발 주자들이 시장조사 비용 등을 최소화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1997년 ‘카페라떼’를 내놓으며 국내에 ‘200mL 컵커피’ 시장을 개척한 매일유업은 당시 캔 음료가 190mL, 팩 우유가 200mL이던 점에 착안해 200mL 정도가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용량이라고 판단했다. 이후 남양유업, 일동후디스, 카페베네 등이 줄줄이 200mL 컵커피를 내놨다.

2007년 매일유업은 컵커피 신제품 ‘바리스타’를 내놓으면서 용량을 250mL로 늘렸다. 스타벅스 커피빈 같은 커피전문점이 확산된 영향으로 소비자들의 음용 용량이 늘었다는 판단에서였다. 컵커피 후발주자들도 ‘카와’(남양유업) ‘앤업카페’(일동후디스) 같은 250mL 제품으로 쫓아왔다.

커피 전문점에서 큰 컵인 ‘그란데’(스타벅스 기준 472mL) 사이즈가 인기를 끌면서 매일유업은 올해 사이즈를 늘린 325mL 용량의 제품을 내놨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시장을 창출하는 기업들은 비교 기준이 없기 때문에 가격 대비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용량을 찾아내는 것이 숙제”라고 말했다.

◆소주 360mL 기준은 2홉에서

소주는 전통 부피 단위를 그대로 가져다 쓴 경우다. 시중의 소주 녹색병은 대부분 360mL다. 국제표준단위를 도입하기 이전인 1946년까지 국내에선 부피를 표현하는 단위로 ‘홉’ ‘되’ ‘말’을 썼다. 1홉은 180mL다. 1924년 진로 소주는 2홉으로 나왔다. 국제표준단위를 쓰기 시작하면서 2홉 용량 표기가 360mL로 바뀌었다.

국내에서 17년산 위스키는 통상 450mL다. 해외에서 소비되는 17년산은 500mL 또는 700mL다. 2003년 국내 위스키 시장 점유율 1위였던 페르노리카가 500mL ‘임페리얼 17’의 용량을 450mL로 줄인 것이 시초다. 2009년 디아지오 역시 450mL 제품을 내놓으면서 ‘17년산 위스키=450mL’로 인식이 굳어졌다.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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