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오정근 새누리 비대위원
"당 소속 의원 3분의 1은 당에 관심 없는 '정객'에 불과"
[ 박종필 기자 ]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겠다는 말이 가장 위험하다.”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을 맡고 있는 오정근 건국대 정보통신대학원 특임교수(사진)는 1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민 눈높이를 맞추겠다는 말은 포퓰리즘 정책으로 가겠다는 말”이라며 “우리 경제는 성장이 아니고서는 해답이 없다”고 말했다. 최근 새누리당 일각에서 계층 간 격차를 줄여야 한다며 ‘경제민주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데 대한 반론이다.
그는 “연평균 9.8%이던 경제성장률이 1992년부터 급격히 떨어지면서 비정규직, 임시직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또 “경제가 1% 성장하면 6만~7만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는데 한 해 대학 졸업자가 50만명”이라며 “3% 성장해도 대졸자의 절반은 갈 데가 없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사회 양극화도 성장이 둔화되면서 나타난 결과라는 것이다.
오 교수는 지난달 2일 새누리당 혁신비대위에 당 외부 인사 몫으로 합류했다. 그는 한국은행에서 30년 가까이 근무했고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한국국제금융학회 회장 등을 역임한 금융 전문가다. 오 교수는 “새누리당이 정확한 정책 비전과 철학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당 소속 의원의 3분의 1은 당이 어디로 가는지 관심도 없는 ‘정객’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또 “정치가는 꿈과 희망이 있어야 한다. 당선에만 골몰해선 안 된다”며 “당이 총선에서 패배하고 나니 경제민주화를 주장하는 분들이 당내에서도 많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비대위원이 되기 전 “새누리당에 가는 것을 만류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특정 정당에 편향된 인사라는 딱지가 붙어 앞으로 공직 등에 나가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래도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밖에서 본 것보다 정치권의 상황이 더욱 심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비대위 활동에 대해 보람도 있지만 정치권이 변하기 쉽지 않음을 느꼈다고 했다. 지난달 10일 과천에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 워크숍’에 참석한 그는 “1박2일로 기간을 늘려 왜 당이 총선에서 패배했는지 치열한 논의를 해보자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또 비대위 회의에서 국회 상임위원장 자격 조건을 선수(選數)로 하지 말고, 민간 기업에서 하는 것처럼 능력 위주로 뽑아보자고 제안했지만 힘들게 3·4선에 오른 국회의원들에게 자리를 챙겨줘야 한다는 반응이 나왔다고 했다. 그는 “구글은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든 팀장이 될 수 있을 정도로 유연하다”며 “국회도 해당 상임위 경력이 가장 높은 의원이 위원장이 되는 방식으로 바뀌는 등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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