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엊그제 국회에 낸 자료에 따르면 근로소득자 중 지난해(2014년 소득분) 소득세를 한 푼도 안 낸 면세자가 48.1%에 달했다고 한다. 면세자 비중이 전년 32.4%에서 1년 새 사상 최고(2005년 48.7%) 수준으로 올랐다. 작년 초 연말정산 파동과 그에 따른 보완책의 소급적용 등 무리수가 겹치면서 면세자가 802만명으로 271만명이나 급증한 탓이다. 대신 세금을 낸 직장인의 1인당 세 부담은 201만원에서 293만원으로 45%나 불어났다. 연말정산 소동 끝에 세금 내는 직장인만 큰 증세가 일어난 것이다.
이 같은 조세 왜곡은 정치권과 언론의 합작품이다. 소위 ‘13월의 세금폭탄’이란 선정성 보도가 쏟아지자 여론이 들끓고, 정치권이 윽박지르자 정부가 땜질에 급급한 결과다. 고소득층에 혜택이 큰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해 연봉 5500만원 이상 직장인들의 세부담이 늘어난 것은 맞다. 그러나 전수조사 결과 5500만원 이하에선 85%가 세부담이 늘지 않았음에도 여론에 떠밀려 다시 각종 공제를 늘린 게 면세자 폭증으로 나타났다. 연봉 4000만원 이상이 주로 혜택을 봤고 연봉 1억원 이상인 면세자도 1441명이나 된다
애초부터 연말정산 파동은 세금에 대한 몰이해가 빚은 과장된 해프닝이었다. 그럼에도 정부가 백기부터 들고 국민개세주의, 공평과세, 소급금지 원칙을 스스로 깼다. 뒤늦게 국회 예결위가 면세자 비중을 줄이라고 권고한 것은 뻔뻔한 처사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고, 누구나 부담능력에 맞게 내야 마땅하다. 민주국가의 시민이 누리는 권리에 상응하는 의무다. 그런 점에서 직장인 둘 중 하나를 면세자로 만든 현행 소득세 체계는 세정의 문란이라 부를 만하다.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란 조세 기본원칙이 한국에선 ‘넓은 누락, 많은 환급’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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