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사업 진두지휘한 이웅열 회장
1999년 미국에 바이오기업 '티슈진' 설립
코오롱생명과학 유상증자에 84억원 출자
관절염 치료제 '인보사' 미국서 임상 3상 채비
[ 조미현 기자 ]
코오롱생명과학의 ‘티슈진C(상품명 인보사)’가 내년께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판매 허가를 받으면 코오롱그룹이 자체 개발한 ‘바이오 신약 1호’가 된다. 코오롱그룹이 세계적 바이오 신약 회사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세계 최초의 퇴행성 관절염 유전자치료제인 인보사가 국내에서 상용화되면 한국의 바이오 산업도 한 단계 도약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17년을 버틴 바이오 투자 결실
코오롱이 인보사 판매 허가를 신청하기까지 꼭 17년이 걸렸다. 오랜 기간 적자를 감내해가며 연구개발(R&D) 투자를 지속해온 것은 이웅열 회장의 집념 때문이라는 게 재계 안팎의 평가다.
이 회장은 1996년 회장 취임 직후 바이오사업을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손꼽았다. 1999년 미국 메릴랜드주에 바이오기업 티슈진을 설립하는 등 그룹 바이오사업을 진두지휘해왔다. 이 회장은 티슈진 주식(지분율 20.38%)을 보유하고 있다. 이듬해 한국에 설립한 코오롱생명과학(옛 티슈진아시아) 지분(14.39%)도 갖고 있다. 지난달 코오롱생명과학이 시설 투자 등을 위해 시행한 11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도 참여해 84억6971만원을 출자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2018년까지 생산시설 건설과 후속 신약 개발 등 바이오사업에 13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암치료백신(KLS-1020), 신경병증성 통증치료제(KLS-2030), 항암제(KLS-3020) 등 자체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이 신약 개발을 위해 17년간 수천억원을 투자해 결실을 앞두고 있는 것은 의미가 남다르다”고 평가했다.
◆“치료 유전자 직접 전달”
인보사는 연골세포에 재생 유전자를 삽입해 퇴행성 관절염을 치료하는 유전자치료제다. 기존 퇴행성 관절염 치료제는 통증을 일시적으로 완화해주는 소염진통제나 일정 기간 연골을 보호하는 히알루론산 주사제 등이 전부다. 현재 치료법으로는 완치가 어렵다. 이 때문에 아예 인공관절 이식 수술을 받는 환자가 많다.
인보사는 무릎 관절에 주사로 약물을 투여하는 방식이어서 시술이 간편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연골 재생과 관절 구조를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며 “동종세포(다른 사람의 세포)를 사용하기 때문에 대량 생산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퇴행성 관절염은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으로 세계적으로 매년 600만명의 환자가 생겨난다. 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퇴행성 관절염 치료제 시장은 365억달러(약 42조원)로 매년 3% 이상 성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차세대 의약품으로 떠오르는 유전자치료제 시장에서 한국이 선점 기회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유럽 등에서 판매허가를 받기까지는 넘어야 할 난관도 적지 않다. 가격도 비싼 편이다. 2014년 유럽에서 출시된 세계 최초의 유전자치료제 ‘글리베라’의 치료 비용은 100만유로가 넘는다. 인보사의 치료 비용도 수백만원에 이를 것으로 시장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기존 퇴행성 관절염 치료제와 비교하면 수백 배 비싸다.
◆“미국 임상 3상 준비 중”
코오롱생명과학은 미국에서 인보사의 임상시험 3상을 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지난해 5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의약품 상용화를 위한 막바지 단계인 임상 3상을 승인받았다. 임상 3상은 통상 2~3년 정도 걸린다.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미국법인인 티슈진이 임상시험을 할 계획”이라며 “환자 모집 등 임상시험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는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임상시험이 성공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할 것”이라며 “바이오 신약 후보군을 더 늘려가는 데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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