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서 국제부 기자) “저는 코메스케라고 합니다. 도쿄 출신입니다. 쌀을 좋아해요. 여러분과 친구가 되고 싶습니다.”
일본 전학생의 자기소개냐구요. 아닙니다. 일본에서 10일 실시되는 참의원 선거 캠페인의 일부입니다.
사람이 하는 말도 아닙니다. 일본 공명당의 캐릭터인 코메스케가 고등학생들에게 투표를 호소하는 장면입니다. 코메는 쌀이라는 뜻의 일본어입니다. 스케는 돕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코메스케 캐릭터는 쌀 모양을 하고 있지요. 코메스케는 사람도 아니면서 소셜미디어서비스(SNS) 인스타그램의 계정까지 만들어놓고 선거 운동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3년마다 치러지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일본 정치권이 젊은층의 표심을 잡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다”며 “자민당은 투표 독려용 만화책 12만부를 제작해 전국에 뿌리기까지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만화책은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여학생이 미남 학생회장 아사쿠라로부터 정치에 대해 배우고 투표를 하겠다고 결심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여학생들을 바보 취급한다는 비판이 일었지만 젊은층의 눈길을 끌기위한 고육지책으로 해석하는 목소리도 많습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첫 경험은 열여덟살 여름이 좋다”는 자극적인 캐치프레이즈로 투표독려에 나섰다가 호된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일본 정치권의 이같은 움직임은 지난해 투표 연령이 만 20세에서 만 18세로 낮아진데서 비롯 됐습니다. 세계에서 노인인구가 가장 많은 일본은 젊은층의 정치적 의견이 소외되면 나라의 미래가 없다는 생각에서 10대에게도 투표를 허용키로 결정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과 3학년까지 투표를 할 수 있게 되자 정치권의 관심이 갑자기 커졌습니다. 고등학생 유권자의 환심을 사지 않으면 정권유지 또는 정권탈환이 어려워진 것이죠. 새로 투표권을 얻게 되는 사람들은 240만명에 이릅니다. 일본 총무성은 18~19세 유권자를 위한 별도 인터넷 홈페이지와 선거용 포스터도 제작했습니다.
한국의 선거권은 만 19세입니다. 김용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은 최근 선거권 연령을 만 18세로 낮추는 방안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는데 이렇게 되면 한국에서도 일본과 비슷한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습니다.
참고로 오스트리아와 브라질은 만 16세부터 투표를 할 수 있고, 북한(투표의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과 인도네시아의 선거권은 만 17세부터 주어집니다.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은 모두 만 18세부터 유권자가 됩니다. 대만은 만 20세, 싱가로프는 만 21세가 투표 가능 연령입니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참의원의 임기는 6년인데 전체 242석(비례 96석, 지역구 146석) 가운데 절반씩을 3년마다 새로 뽑습니다. 참의원은 중의원 달리 어떤 당이 집권하더라도 해산하지 않기 때문에 임기가 보장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책을 수립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4년마다 의원 전원(475명)을 새로 뽑는 중의원과 성격이 다르죠. 중의원은 임기가 4 袖訣嗤?다수당이 바뀌면 언제든지 해산하고 새로운 내각이 들어설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중의원은 참의원보다 더 권한이 갖습니다. 예를 들어 양원의 의견이 다를 경우 중의원의 3분의 2가 찬성하면 의안으로 채택됩니다.
하지만 참의원도 입법권이 있기 때문에 국가적 중대사를 처리하는데 큰 역할을 합니다. 헌법개정에 관련해서는 참의원의 3분의 2가 반드시 찬성해야 뜻을 이룰 수 있습니다. 이번 참의원 선거의 중요성이 여기에 있습니다.
일본 자민당과 공명당 등 연립 여당과 오사카유신회, 일본의 마음을 소중히 하는 당 등 4개 당은 이번 참의원 선거를 통해 헌법을 바꾸려한다는 보도가 나옵니다. 일본 언론들은 이들 4개 당이 개헌 정족수를 채우면 헌법 9조를 바꿀 여지가 생긴다고 분석합니다.
평화헌법으로 불리는 헌법 9조는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전쟁이나 무력행사를 하지 않고 어떠한 전력도 보유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아베신조 일본 총리가 이끄는 자민·공명 연립 여당은 중의원에서는 이미 전체 의석의 3분의 2를 갖고 있기 때문에 참의원 선거 결과가 매우 중요합니다. 물론 의회에서 개헌을 결정해도 국민투표가 남아있습니다.
다시 일본 젊은층들의 생각을 알아볼까요. 두 가지를 짚어볼 만 합니다. 하나는 젊은층들이 여당에 대해 우호적이라는 사실입니다. 요미우리신문사가 3일부터 이틀간 실시한 전화 설문조사에서 18~19세의 절반 가까이가 비례대표 투표 정당으로 여당인 자민당을 꼽았습니다.
다른 하나는 정치권의 바람과 달리 선거 자체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정치권의 선거 운동을 아예 모른다는 젊은이들도 많았습니다.
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일본 젊은이들은 어떤 선택을 내릴지 궁금해집니다. (끝) /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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