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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글렌 굴드에게 피아노란…'다리 세 개 위의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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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드의 피아노

케이티 해프너 지음 / 정영목 옮김 / 글항아리 / 352쪽│1만8000원



[ 김희경 기자 ] 캐나다 천재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1932~1982)는 매우 예민하고 까다로웠다. 누군가가 자신의 몸에 손대는 것을 극도로 꺼렸고, 세균이 옮거나 손가락을 다칠까봐 악수도 거절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음악적 이상을 완벽하게 실현해줄 악기를 오랜 시간 찾아다닌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굴드는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빛을 쏟아내는, 맑고 투명한 소리를 찾아 헤맸다. 마침내 그토록 찾던 피아노를 만났다. 미국 악기제조사 스타인웨이앤드선스의 ‘CD 318’이었다. 뛰어난 감각의 소유자이던 굴드는 공연장 한구석에 놓여 있던 이 피아노의 숨은 잠재력을 발견하고는 자신만의 신데렐라로 만들었다. 굴드는 이 악기와의 관계를 ‘다리 세 개 위의 로맨스’라고 불렀다.

굴드의 피아노는 굴드의 상징물인 이 피아노의 이야기를 통해 그의 찬란한 예술 인생을 풀어낸다. 미국 프리랜서 저널리스트이자 아마추어 피아니스트 케이티 해프너가 썼다. 저자는 피아노와 주변인들의 관계를 깊이 있게 취재해 굴드의 또 다른 모습을 재조명했다.

굴弱?전속 테크니션 베른 에드퀴스트와 함께 이 피아노를 길들이는 데 7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에드퀴스트는 시각장애가 있었지만 뛰어난 청각과 촉각을 이용해 독특한 방식으로 조율했다. 이는 굴드의 음악적 세계를 확장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저자는 “에드퀴스트는 이 악기에 다양한 색채를 담아 귀로만 듣던 굴드의 연주를 눈으로 보고 느낄 수 있게 해줬다”고 평가했다.

‘CD 318’은 시간이 지나며 굴드에 최적화된 악기로 발전했다. 특히 굴드가 사랑한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등을 연주하기에 적합했다. 페달의 사용을 줄인 상태에서 손가락만으로 맑고 초연한 소리를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나아가 연주하는 음악의 종류에 맞게 각각 다른 피아노가 된 것처럼 변했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윌리엄 버드 등의 음악을 거뜬히 소화해냈다. 굴드는 “원하는 대로 무엇이든지 만들어낼 수 있는 특별한 피아노”라고 극찬했다.

이 책은 잘 알려지지 않은 굴드의 사생활에 대해서도 소개한다. 그의 아파트는 지저분하기로 유명했으며 사교적인 성격이 아니라 식사 자리에서 오가는 잡담에 질색했다. 하지만 동물보호소를 설립하는 등 따뜻하고 인간적인 면모도 갖춘 음악인이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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