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환율이 무엇인지?
[ 고기완 기자 ] 환율은 세계 시장에서 한 나라의 화폐 또는 상품을 다른 나라의 화폐 또는 상품과 교환하는 비율을 말한다. 이런 교환 비율이 없다면 서로 거래하기가 어렵다. 환율이 필요없는 경우를 생각해볼 수는 있다. 예를 들어 A국이 다른 나라와 전혀 거래나 교환 행위를 하지 않고 자급자족한다면 그렇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서로 문호를 개방하고 인적, 물적으로 교환하면서 성장을 추구한다. 이것이 '윈-윈' 하는 길이라는 것이 오랜 역사에서 입증됐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개방 경제로 성공한 대표적인 나라다. 이번 호에서는 환율 이야기를 해보자. 마침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브렉시트·Brexit)하면서 영국 통화인 파운드 환율이 급등(가치 하락)하는 등 요동치고 있기도 하다.
수없이 많은 변수
환율은 모두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변수의 영향을 받는다. 한 나라의 재정 정책, 금융 정책, 경상수지 상태, 외환보유액, 성장률, 실업률, 금리, 외국인 투자제도, 국제 금융투기세력 공격, 세계 경제 동향, 미국 등 주요 국가의 경제 동향 등이 변수들이다. 이런 것들은 모두 특정 통화에 대한 수요와 공급에 영향을 미친다. 물론 전혀 나타날 것 같지 않지만 나타나면 큰 충격을 주는 ‘블랙스완’의 등장은 환율에 치명타를 안긴다. 영국의 브렉시트와 같은 돌연한 사건은 대표적인 블랙스완이다.
파운드당 달러 환율을 좀 들여다 보자. <그래프1>에서 보듯 파운드 환율은 장기적으로 오르락내리락 해왔다. 영국은 자국 통화의 환율을 시장에 맡기는 변동 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다. 그래프는 2008년 미국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직전에 파운드화가 달러에 대해 매우 강세였음을 보여준다. 1파운드를 사려면 달러를 이전보다 많이 줘야 한다는 의미다. 당시 파운드당 달러 환율은 1 대 2.1에 육박했다.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촉발된 미국 금융위기와 제조업 몰락, 실업률 상승 등으로 미국 달러 가치가 크게 떨어진 것이 주원인이었다. 미국이 망한다는 목소리가 넘쳐났던 때여서 외환시장에선 파운드화가 강세 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환율 전쟁과 경제 살리기
급격하게 올랐던 파운드 가치는 2009년 2월 1.4달러대로 급락했다. 파운드 가치가 너무 올랐다는 시장의 판단이 작용한 데다 영국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파운드화 약세를 유도했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인하는 경기를 살릴 때 흔히 쓰는 금융 수단이다. 이런 수단은 영국 정부만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나라들이 경기 ?살릴 때 금리를 내린다. 금리가 내려가면 시장에 있던 외화 자금이 보다 높은 금리를 주는 다른 나라 금융시장으로 옮겨가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면 통화 가치가 떨어진다(환율 상승). 높은 환율은 수출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높은 환율이 수출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높여 주기 때문이다. 환율이 오르면 수출 제품 가격이 내려가는 효과를 발휘한다. 제품이 같다면 경쟁국보다 가격이 싸지는 효과가 생긴다. 수출 시장에서 물건이 잘 팔린다는 의미다. 최근 미국, 일본 등이 자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돈을 풀고, 기준금리를 내리는 정책을 쓰는 것도 같은 목적에서다.
이것 때문에 국가 간에 환율 전쟁이 벌어진다. 경쟁적으로 환율을 높이기 때문에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는 것이다. 환율 개입 논란이 일고 미국이 최근 환율 조작국을 가려내겠다고 나선 것도 이런 배경이 작용해서다.
블랙스완의 등장
다시 파운드화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파운드화는 미국 금융위기 이후 그럭저럭 파운드당 1.7달러에서 1.4달러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그러다 최근 브렉시트로 한순간에 파운드화 가치가 폭락했다. <그래프 2>는 브렉시트가 결정된 지난달 24일의 변동폭을 잘 보여준다. 30년 만의 최저인 파운드당 1.3240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후 기록은 다시 경신됐다. 환율 그래프를 보 면 브렉시트는 파운드화 가치를 폭락시킨 역대 최대의 핵폭탄이었던 셈이다.
이는 영국이 EU를 탈퇴할 경우 영국 경제가 타격을 받을 것이란 비관론을 반영한 결과다. 영국 경제가 나빠질 것이란 반응이 압도적인데 누가 파운드화를 보유하려 하겠는가? 파운드의 급격한 가치하락은 자연스런 시장의 반응이다.
물론 이런 메커니즘은 원·달러, 원·파운드 환율에도 적용될 수 있다. 우리나라 경제가 안 좋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면 투자자금을 달러로 회수해 나가버린다. 그러면 시중에 달러가 부족해진다. 달러가 지나치게 부족해지면 1998년 우리나라를 덮쳤던 외환위기가 발생할 수도 있다. 달러가 부족하면 자국 통화 가치가 떨어져 수출에 좋은 점이 있지만, 부작용도 이렇게 발생한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가 외환보유액을 늘린 것도 금융시장의 복잡성을 반영한 결과다.
환율은 수많은 변수에 따라 오르락내리락한다. 중요한 것은 강한 경제 체질이다. 견고한 외환보유액과 탄탄한 경제성장, 높은 생산성을 갖춘 경제라면 환율이 변동하더라도 큰 타격을 받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그런 체질을 가지고 있는가?
환율을 공부할 때 알아둬야 할 개념이 있다. 명목 환율과 실질 환율, 이자율 평가설과 구매력 평가설, 고정 환율제와 변동 환율제, 브레튼우즈 체제, 일물일가의 법칙, 빅맥 지수 등이다. 명목 환율은 화폐와 화폐간 교환 비율을 의미한다. 실질 환율은 자국 상품과 외국 상품간의 교환 비율이다. 구매력 평가설은 장기적으로 환율은 양국 물가 수준의 비율과 같은 수준에서 결정된다는 이론이다. 이자율 평가설은 단기적으로 환율은 양국에 투자했을 때 기대되는 수익률이 일치하는 수준에서 결정된다는 이론이다.
문제
원·달러 환율이 1달러=1000원에서 1달러=2000원으로 바뀌었을 때 불리해지는 사람들을 모두 고른 것은?
ㄱ. 대(對) 미국 수출업자
ㄴ. 대(對) 미국 수입업자
ㄷ. 미국에 유학생 자녀를 둔 국내 부모
ㄹ. 국내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미국인 여행객들
① ㄱ, ㄴ ② ㄱ, ㄷ
③ ㄴ, ㄷ ④ ㄴ, ㄹ ⑤ ㄷ, ㄹ
해설
환율은 두 나라 화폐의 교환 비율이다. 원·달러 환율이 1달러=1,000원에서 2,000원으로 상승하면 원화의 가치가 떨어지고 달러의 가치가 올랐다는 뜻이다. 원·달러 환율이 올랐으므로 달러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유리하고 원화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불리해진다. 대(對) 미국 수출업자와 미국인 여행객들은 높아진 달러가치 만큼 싸게 원화를 살 수 있으므로 유리해진다. 대(對) 미국 수입업자와 미국 유학생 자녀를 둔 국내 부모는 달러를 사야 하므로 불리하게 된다.
정답 ③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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