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을 지원하는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일명 예타)가 사업별 특성을 고려하지도 않고 인색한 점수를 주면서 공기업의 해외 에너지·자원 개발사업이 전면 중단될 위기라 한다. 한경이 6월28일자 A1, 12면에서 단독보도한 데 따르면 해외 에너지·자원 개발사업은 대부분 예타 대상인 사업비 500억원 이상이면서 재정 지원 300억원 이상에 해당돼 특히 타격이 심하다고 한다. 한국전력과 남동발전, 한국수력원자력 등 주요 발전 공기업이 2012년 이후 13건의 대규모 해외사업을 추진했지만 예타를 통과한 것은 세 건밖에 안 되고, 자원개발은 통과가 안 될 게 뻔해 아예 추진하지도 않았다. 미국 중국 일본 등은 해외 에너지·자원개발 러시라는데 한국은 아예 씨가 마르지 않을지 걱정이다.
과거 정부가 주도한 해외사업 실패가 낳은 부작용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그렇다고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한 예타 기준 △과도한 할인율 △사업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괄적 평가 잣대 등을 고집하면 해외사업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성공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수십개의 諭毒?해외사업만 해도 지금 기준의 예타를 통과할 사업은 하나도 없을 것이라는 볼멘소리까지 나온다. 2011년 이전만 해도 해외사업은 높은 리스크, 협상력, 신속한 의사결정 등을 감안해 예외로 해왔던 것이 이후 예타 대상이 되면서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여기에 정권이 바뀌면서 예타는 해외사업을 아예 막아버리는 쪽으로 가고 있다.
예타의 문제점은 이것만이 아니다. 예타는 원래 정치권의 무분별한 지역사업 공약을 통제한다는 취지가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는 정반대다. 지역사업에는 너무 물렁하다는 것이다. 특히 집권당의 공약사업에는 예타가 있으나마나 한 것으로 간주된다. 밀양과 가덕도 간 신공항 쟁탈전만 해도 예타 같은 건 아예 안중에도 없었다. 정치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예타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해외 에너지·자원 개발사업은 모조리 죽고 오직 지역 이권사업만 활개치는 세상이 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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