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금융시장 '패닉 전쟁'
미국·일본 등 6개국 중앙은행
"달러 품귀 땐 대량 지원"
[ 도쿄=서정환 기자 ]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결정 후 글로벌 금융시장이 ‘달러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안전자산 달러를 확보하려는 금융회사들의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은행이나 기업들이 달러를 조달할 때 미국과 일본 간 금리차 외에 추가로 무는 가산금리(3개월)가 지난 24일 장중 연 0.8%로 급등했다. 브렉시트 결정 전까지만 해도 이 가산금리는 연 0.5%대에 머물렀다. 연 0.8%는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때를 웃도는 수준이다. 유로와 달러, 영국 파운드와 달러 간 가산금리도 큰 폭으로 뛰었다.
달러 조달비용이 급등하는 것은 ‘브렉시트 쇼크’ 탓이다. 영국 등 유럽 금융회사들은 파운드에서 유로, 유로에서 달러로 자금을 옮겨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 등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국제적인 금융규제 강화 속에 미국 은행들도 달러를 외화로 바꿔 운용하는 데 부담이 커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 내 달러 유동성은 더욱 줄어들고 있다.
일본은행에 따르면 일본 대기업의 외화 운용 규모는 지난 2월 기준 1조5450억달러로, 2010년 대비 두 배 늘었다. 대기업은 외환 운용액의 약 16%인 2395억달러를 엔화로 구한 자금을 달러로 교환(스와프)하는 방식으로 조달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 일본은행 등 주요 6개국 중앙은행은 각국 금융회사에 달러를 공급하는 체제를 구축하고 달러 부족이 심해지면 대량 지원하기로 했다.
나카소 히로시 일본은행 부총재는 이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주최로 열린 브렉시트 긴급대책 회의 뒤 “시장 유동성과 기업들의 자금 조달에 아직 큰 문제는 없지만 상황을 계속 모니터링할 것”이라며 “엔화는 물론 외화 유동성에 대해서도 해외 중앙은행과 긴밀히 제휴하면서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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